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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나의 여행

함양 선비문화탐방로-1코스를 걷다!

by 홍나와 떼굴이 2020.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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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씨에 벗하기에는

산보다 물이고, 바다보다 계곡이다.

전국의 숱한 계곡 가운데 우리가 고른 곳은

경남 함양의 화림계곡.

물이 폭포처럼 웅장하지도 않고,

얼음장처럼 차갑지도 않지만,

다른 계곡의 넘보지 못할 풍류를

지녔기 때문이다.

이름도 선비문화탐방로다.

'어디 한 번 제대로 걸어볼까' 대신

'유유자적 놀아보자'싶어 떠났다.

옛날의 선비처럼 혹은 한량처럼.

 

함양에 내려간김에 선비문화탐방로 01코스

거여정~동호정까지 4km 구간을 걸어보았다.

선비문화탐방로 01코스···경남 함양

 

함양 남덕유산 자락의

화림동 계곡은 함양 8경 중 하나다.

선비문화탐방오 01코스는

화림동 계곡의 수려한 경관을 따라

6km 정도 이어진 길이다.

 

옛 선비들이 정자를 짓고 자연을 벗삼아

풍류를 읊던 길을 따라 보는 코스다.

옛부터 '팔담팔정'(8개의 못과 8개 정자)

으로 이름났던 화림동 계곡은

현재 거연정, 군자정, 동호정, 농월정 등

정자 7개가 남아 있다.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반석과 정자가 많아

쉬엄쉬엄 걷기 좋다.

출발지 거연정에서~동호정까지

4km구간을 걸었다.

 

거연정~동호정 4km

화림동 계곡의 선비놀이

 

이제 개별 정자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출발점으로 삼았던 거연정.

'옛 안의현 서쪽 화림동에 새들마을이 있으니

임천이 그윽하고 깊으며 산수가 맑고 아름다운데,

화림재 전공이 세상이 어지러워 이곳에 은거하였다'는

비가 거연정 들어가는 다리에 있다.

 

'전공'은 전시서 선생을 가리키는데,

전시서 선생의 호가 화림재다.

선생은 서산서원을 짓고 

그 옆에 억새를 이어 정자를 지었는데,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서원이 철폐되자

그 후손들이 억새 정자를 허물고

서원의 재목으로 새로 정자를 지었다

거연정이다.

조선시대 산수화에

나옴직한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보자.

일단 산과 물이 있어야 하고,

그 풍경 어디쯤에 정자가 있으리라.

기왕 흐르는 물이라면

곳곳에 커다란 암반이나

돌이 있어 풍취를 더해야 하고,

물가에는 소나무가 있어야 

산수화의 격에 맞을 것이다.

상상하기 어렵다면 

함양 화림동 계곡을

찾을 일이다.

쉽게,

산수화 속 선비가 되어

길을 거닐고 물과

노닥거릴 수 있다.

 

하동이나 함양에서 과거길에 나선

선비가 처음 만나는 고비는 덕유산 자락이다.

넘는 길은 함양과 장수의 경계인 육십령.

높다란 고개를 앞에 두고 한숨 돌리고

가는 곳이 화림동 계곡이다.

 

화림동 계곡은 남덕유에서 흘러내린 물이

흐르면서 모여 이룬 계곡이다.

계곡에는 너른 암반과 기암괴석이

많아 풍류를 즐기기에 좋다.

풍류를 즐긴다 함은, 물과 돌이 어우러진

계곡을 보고 즐긴다는 뜻이고,

계곡에 들어 바위에 글을 새기고

술을 마시며 놀았다는 뜻이고,

때로는 어지러운 세상으로부터

조용히 물러나 자신을 돌아보며

은거했다는 뜻이다.

지금도 화림동 계곡에는

그 시절의 정자와 글씨가 남아 있고,

은거의 흔적이 전한다.

선비문화탐방로는

화림동계곡을 따라

이 정자들을 둘러보는 코스다.

총 10km 남짓 이어지지만,

우리는 거연정에서 동호정까지

4km만 걷기로 했다.

 

명목상의 이유는

조선 중기에 지어진 정자들은

저 거리 안에 모두 있기 때문이고,

실질적인 이유는

그 옛날 화림동 계곡에서

과거는 잠시 잊고

더위를 식히던 선비들처럼

 유유자적 놀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침 날씨도 삼복을

무색케 할 정도였으니

선택의 여지도 없다.

그냥 노는 거다.

‘좌안동 우함양’이란 말이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을 길러내던

양반의 고장은

안동과 함양이 대표적인데,

서울에서 보기에 안동이 왼쪽,

함양이 서쪽에 있다는 뜻이다.

 

좁은 땅에서 굳이 안동과 함양을

나눈 건 기질의 차이 때문이다.

안동이 전통적으로 집권세력을

많이 배출했다면, 함양은 이른바 재야의

선비들을 길러낸 고장이다.

이런 성향이 누정을 지어 올렸을까,

골마다 들어선 누정이 권력보다

자연을 지향하는 성향을 길렀을까.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지만,

잘 어울리는 것만은 사실이다.

능금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사과나무

가을에 걸으면 사과도 

구입할 수 있었을 터임

사과가 익어가고 있다.

아직은 파릇파릇~~

 

 

 </p

 

 

 

 

 

 

동호정은 겹처마에 단청이 인상적인,

그래서 풍류와 잘 어울리는 정자다.

물이 넓게 퍼져 흐르고

차일암이라 부르는 바위가 있어

여름철이면 물놀이 인파로

북적대는 곳이다.

 

동호정이란 이름은 서하면에서

난 조선 선조 때의 학자 정만리

선생의 호에서 가져왔다.

임진왜란 당시 의주 몽진 때

선조를 업고 수십 리를 달린 인물이다.

정자는 1890년 무렵에 

후손들이 세웠다.

 

<먹을 것>

거리도 짧고 난이도도 거의 없을 정도로

쉬운 코스이기 때문에 별도의 비상식이나

행동식이 필요하진 않다.

하지만 유유자적 놀고 싶다면

군것질거리를 챙겨야 즐겁다.

노는 것의 1/3 이상은 먹는 거니까.

함양읍내에는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이 있어

장을 보는 게 어렵지 않다.

안의면에도 하나로마트나 편의점이 있다.

약초시로 유명한 안의5일장은 0•5일장이다.

마침 취재일이 20일이었는데,

시골장터처럼 북적거리는 맛은 덜하다.

워낙에 약초와 우시장으로

유명한 동네라 갈비탕이 유명하다.

안의는 순댓국에도 약초를 넣어 먹는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1.5km 거리에 함양상림이 있는데,

상림을 볼 생각이라면 근처

늘봄가든의 오곡정식이 추천할 만하다.
늘봄가든 055-963-7722

 

 

 

 

 

 

<교통>

함양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알아서 온다.

터미널에서 걸어서 1~2분 거리에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여기서

지곡•안의•서상 가는 농어촌버스를 타면 된다.

30분 간격으로 버스가 있고

거연정까지 30분 조금 넘게 걸린다.

버스는 안의면을 거쳐서 서상면으로 가는데

안의면을 벗어나 계곡이 들어오면

그게 화림동 계곡이다.

농월정에서 다시 함양읍으로

돌아갈 때도 같은 버스를 타면 된다.
함양시내버스터미널 055-963-3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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