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청정한 솔바람 소리에 실려 오는
낮은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법열에 든 스님보다
더 큰 행복을 느낀다.
냇물 소리든, 풀벌레 소리든,
바람 소리든,
운문사 비구니의 염불 소리든
굵은 줄기마다 붉은빛 머금은
소나무들은 하늘로 치솟고
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반겨준다.
쭉쭉 뻗은 금강송도 좋지만
아무래도 소나무는 굽고
틀어진 것이 제격이기 쉽다.
게다가 그리 무거울 것도 없는
가지가 하늘을 우러르지 않고
땅으로 향하는 모습은 자못
경건함마저 들게 한다.
호거산 자락 청정도량 운문사가 있는
'솔바람길'을 따라 걸어
운문사 만세루 마루에 앉아
처진 소나무을 보면서
잠시 쉬었다가
경내를 천천히 둘러 본 뒤
되돌아오는 짧지만,
살짝 땀을 흘리며 갔다 오는
기억에 남는 길이다.
절 매표소는
절에 들어서기 전
세속의 번뇌를 씻고
진리의 세계로 향하라는
절의 일주문이 아니었다.
소나무들이 울창하게 들어찬
솔숲길이 반긴다.
노송들이 시원스레 뻗어 올라
소나무 터널을 이룬 솔밭 사이를
느리게 걸으며 들어간다.
소나무 숲을 걷는
발걸음은 무척 가볍다.
물소리 가득한 운문천이
함께 흘러서일까 아니면
세상을 초탈한 비구니들이
공부하는 곳이어서
그런 것일까.
수백 년 나이를 고스란히 간직한
솔숲은 앉아 쉬는 곳이 휴식처다.
길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가 가장 좋다.
게다가 사람 편하자고 콘크리트,
아스팔트를 깔고 나면
그 맛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무릎이며 발목에 무리가
오게 마련이다.
다행히 운문사 솔숲길은
사람과 차가 다니는 길이
따로 있어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좋은 표본을
보여주는 것 같다.
솔바람길 나무 이정표에
많이 보고 들었던 법구경
한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이전에는 게을렀더라도 지금 게
으르지 않다면 그는 이 세상을
비추리라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법구경 한구절=
운문사 솥밭은
서산 안면도 해송밭,
경주 남산 삼릉계 솔밭,
풍기 소수서원 진입로 솔밭
못지않게 장관이다.
운문(雲門), 말 그대로
운문사는 구름 대문을
활짝 열고 들어오듯
안개가 짙게 내려 앉는 모습에
소나무들은 줄기에 습기를 머금어
더욱 불그스레 피어오를 때
운문사 소나무들은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지 모른다.
운문사 노송들은 그 밑동이
마치 대겸에 찍히고
도끼로 파인 듯한
큰 상처의 흠집을
갖고 있다.
일제 말기 대동아 전쟁때
송진을 공출하기 위해
받아낸 자국이다.
그럼에도 아픔의 상처를
드러내놓고도 당당한 자태로
늠름히 사철 푸르게
살아있지 않은가.
누구 하나 눈길 주지 않는
동안에도 도톰하게 살이 올라
그 모습이 역설적이게도
‘하트모양(♡)’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 자행된
일제강점기의 수탈 흔적들은
언제 봐도 안타깝고 답답하다.
운문사 입구까지 연결된 길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걷는 모녀의 모습도,
아이를 번쩍 안고 걷는
아버지의 모습도
솔숲길만큼 예뻐 보인다.
빨리 걸으면 15분이면 닿겠지만
이 길은 느릿느릿 걷는 게
제맛이다.
그윽하게 번지는 솔향과
청아한 새들의 지저귐 소리
덕분인지 길을 걷는 사람들
표정이 맑다.
길 오른쪽으로 계곡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올 즈음이면
일주문도 천왕문도 없는 절 입구는
2층으로 된 호거산 운문사
범종루 앞에 닿게 된다.
구름으로 들어가는 산문이라는
운문사(雲門寺)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유흥준은 비구니 승가대학이 있어
사미니계를 받은 250여 명의
비구니 학인 스님이
항시 있다는 것,
장엄한 새벽예불,
운문사 솔밭,
운문사의 평온한 자리매김,
일연스님이 삼국유사를
이 절에서 썻다는 사실을
운문사의 다섯 가지
아름다운 것으로 꼽았다.
<출처:경북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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