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칼바람이 온몸을 휘감던 날 스물스물 올라오는 찬 기운에 양손이 슬금슬금 바지주머니로 들어간다. 이럴 때는 뜨끈한 국물이 생각난다. 하지만 국물요리라고 해서 모두 이 시기에 잘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강하고 센 맛을 가진 전골이나 칼칼한 찌개류는 아주 추운 동(冬)장군에 어울리는 메뉴다. 요즘처럼 뼛속까지 은근히 스며드는 것 같은 찬 기운이 퍼질때는 칼국수를 먹어야 한다.
영동출장길에 충북 영동의 전통재래시장안에 있는 시장칼국수집에서 직접 뽑아 칼로 썰어 만든 수타면을 넣어 끓인 칼국수 한 그릇 먹으니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는 좋은 경험을 했다 아날로그 감성 뿜뿜인 밀가루 반죽기와 칼로 썰어 만드는 쥔장님의 손맛 가득한 칼국수 소개해 본다.
▶주소: 충북 영동군 영동읍
영동전통 시장 내
▶전화번호: 064-744-0807.
010--5469-5794
▶영업시간: 정기휴일
매월 15일, 30일
▶주차시설: 자가주차장이 없으므로
인근의 공영주차장이나
무료주차장인
영동하상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1. 칼국수는 말 그대로 '칼로 썰어 만든 국수'다.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일정한 간격으로 잘라 국수가닥을 만든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원초적인 국수 제조 방식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오래전부터 친숙하게 즐기던 음식은 아니었다. 조선시대만 해도 귀한 음식에 속했다. 우리나라는 쌀농사를 주로 하기 때문에 일반 백성이 하얀 밀가루를 접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큰 잔칫날 국수를 나누던 풍습을 떠올리면 귀한 음식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6·25전쟁 후 미국의 원조 밀가루가 넘쳐나면서 애증이 서린 서민 메뉴로 자리를 잡았다. 칼국수에는 은은하게 퍼지는 온기가 담겨 있다. 바글바글 또는 펄펄 끓는 즉흥적인 뜨거움이 아니다. 밀가루 전분이 우러나와 있기 때문에 온기가 쉬식지 않는다. 그래서 뜨거운 여름, 차가운 겨울보다는 계절이 바뀌는 간절기에 진가를 발휘한다. 밀가루 면발의 촉촉함은 치아가 부실해도 큰 걱정이 없다. 걸쭉한 국물이 더해져 목넘김은 물론 뱃속까지 편하다.
2. 게다가 칼국수는 만만하다 마음만 먹으면 어느 집에서나 쉽게 홍두께로 밀어 먹을 수 있다. 육수도 따질 게 없다. 된장찌개 끓이고 남은 멸치 몇 마리면 오케이다. 고명으로 애호박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없다면 먹다 남은 신김치를 송송 썰어 올려도 그만이다. 다행히 달걀이라도 몇 알 있으면 황백지단 부쳐 올려 먹을 수 있다. 또 다른 매력은 나눠 먹기다. 한냄비 끓여서 옆집사람도 부르고, 큰 그릇에 담아 조금씩 덜어 먹는 재미가 있다. 그래서 칼국수가 있는 밥상은 늘 따뜻하고 포근하고 훈훈하고 편안하고 넉넉하다.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쉼표 같은 음식이다. 느리게 살기, 쉬어 가기, 그리고 함께 가기를 생각하게 만든다.
3. 사는 형편이나 지역에 따라 칼국수의 국물이나 고명을 다르게 쓸 수 있고, 면발도 집안 사정이나 칼국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만들 수 있으니 더 좋다. 일반 가정에서 치아가 불편한 어르신이 계시면 반죽을 질게 해서 가늘고 부드러운 면발을 만들었고, 아이들이 많으면 반죽을 단단하게 해서 씹는 맛이 나도록 면발을 뽑았다. 칼국수 국물은 크게 사골, 닭, 해물(멸치) 베이스로 나뉜다. 이 국물에 따라 면발의 굵기도 차이가 있는데, 사골 면발이 가장 가늘고 부드럽다. 이에 반해 해물칼국수는 굵고 단단한 편이다. 닭칼국수는 사골과 해물의 중간 굵기다. 이런 차이는 국물 재료의 귀천(貴賤)에 따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사골칼국수는 저작 없는 목넘김의 쾌감을, 해물칼국수는 씹는 쫀득함을 즐기는게 포인트다. 국물에 따라 나뉘는 다양한 종류의 칼국수 메뉴는 아래와 같다.
4. 대통령의 사골칼국수 칼국수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이분 덕분에 서민 음식의 대표 메뉴던 칼국수가 청와대 오찬 단골메뉴로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청와대 칼국수는 일반 서민이 먹던 칼국수와 다른 특별함이 있다. 바로 사골칼국수이기 때문이다. 쇠고기 사골로 육수를 만들고 쇠고기 고명을 얹은 사골칼국수는 안동지역의 양반가에서 주로 먹던 고급 칼국수다.
일반 서민의 멸치칼국수 멸치로 장국을 낸 멸치칼국수가 일반인을 위한 칼국수다. 멸치 국물만 시원하게 내면 별다른 재료가 필요없기 때문에 일반 서민에게 사랑받았고, 칼로리가 낮아 요즘에는 체중조절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귀한 손님을 위한 닭칼국수 귀한 손님이 오면 기르던 닭을 잡아 국물을 내고 애호박과 감자를 썰어 넣고 닭칼국수를 끓여 냈다. 사골만큼의 진한 맛은 없지만, 닭 살을 발라내 칼국수에 척척 얹어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5. 해안 지역의 바지락칼국수 해안 지역에선 조개를 캐거나 생선을 잡아 국물을 냈다. 대표적인 것이 바지락칼국수다. 쫄깃한 조개의 속살을 빼 먹는 재미가 있다.
색다르게 즐기는 별미 칼국수 최근 들어 재료나 끓여 먹는 방식을 달리한 별미칼국수가 전국 곳곳에 선보이고 있다. 고기와 버섯을 샤브샤브 스타일로 즐기다가 칼국수를 넣어 먹는 버섯칼국수가 있고, 남도 지역에서는 청정해역에서만 서식한다는 매생이로 끓인 매생이칼국수나 팥죽에 칼국수를 넣은 팥칼국수를 먹기도 한다. 들깨칼국수,다슬기칼국수 등도 있다.
6. "김치 맛없는 집 치고, 장사 잘 되는 칼국수집 없다"는 말이 있다. 소문난 칼국수집의 김치는 색도 예쁘고 유난히 맛있다. 대부분 속성으로 절여 만든 겉절이 김치다. 숙성이나 발효를 한다고 해도 길어야 2~3일. 당일치기로 내놓는 것이 많다. 깊은 맛은 없지만 신선한 배추의 아삭거림이 칼국수의 툭툭 끊어지는 맛과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매콤하면서 달달한 맛도 심심한 칼국수에 잘 어울린다. 먹다 말고 종업원을 불러 추가 김치를 요구할 만큼 맛나다. 칼국수집의 김치는 일반 가정집 김치와 담그는 법이 다르다. 몇몇 집의 비법을 들어보면 통고추를 직접 갈아 물에 불려서 쓰고, 마늘을 고춧가루의 양에 버금갈 정도로 듬뿍 넣는 집도 있다. 김치국물로 맹물 대신 칼국수의 기본 육수를 살짝 부어 맛을 내기도 한다.
<글 참조:헬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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