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극은 만들어진 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 날카로운 이빨이 살아 있다.
일부러 성글게 만든 난장판 위로
관객을 불러들인다.
대중이 주인공이고
대중이 작가인 이야기이다.
〈쉬어 매드니스〉. 유명한 연극이다.
인터파크에서 연극 코너를
들어가 본 사람이라면
이 연극의 존재를 알 것이다.
알아보면 우리 생각보다도 훨씬 더
국제적으로 유명한 연극이다.
일단 수식어부터 화려하다.
세계에서 가장 길게 공연하는
연극 중 하나(무려 1980년 초연!)이며
1,250만 명 넘는 사람들이 보았다.
케네디 센터에서 가장 오래 공연하는
연극 중 하나인 데다가,
연간 50만 달러 넘게 벌어다 주는
믿음직한 수입원 중 하나라고까지 한다.
케네디 센터의 커플 관객들도,
한국 대학로를 방문하는 관객들도
다시 방문하게 만드는 힘.
〈쉬어 매드니스〉의 진짜 미스터리:
누가 그것을 보러 가는가, 그리고 왜 가는가?
일욜 대학로 나가 보고 왔다
코로나 여파에도 관객석이 맨앞자리까지 꽉차 깜놀
공연 기간
걱정하지 말자. 오픈런이다.
언제부처 공연했냐면 2015년부터다.
트와이스가 데뷔하기 전부터
이 연극은 공연했다(!)
그러니 이글을 읽고 까먹었다
한 6개월 뒤쯤 기억나더라도,
걱정하지 말고 대학로에 가자.
그때도 <쉬어 매드니스>는 공연할 것이다.
극장 컨디션
혜화역 콘텐츠박스,
극장은 쾌적한 편이다.
찾아가는 길도 무척 쾌적하다.
마로니에 공원을 거쳐 극장으로 가는 길은
대학로의 좋은 부분을 압축해 놓은 듯 밝고 즐겁다.
다만 극장 내 단차가 낮은 편이다.
앞에 앉은키가 큰 관객이 앉아 있다면 꼼짝없이
무대의 일부를 날려야 하는 구조다.
그렇다고 1~2열에 앉는 것도 추천하지 않는게,
미용실이 배경이니만큼 큰 의자나 세면대 등의
오브제로 일부 시야 제한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5~6열의 통로 좌석을 추천.
추천 대상
연극에 대해 젼혀
고려해본 적 없는 초심자도 괜찮고,
가끔 연극을 보는 사람도 괜찮다.
하지만 예술 작품은
무릇 깊은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작품을
고려하는 게 나을 것이다.
평론가들의 악평은 괜히 받은 게 아니다.
알고 보면 좋은 팁
극본 특성상 4명의 주인공에 대해
정보가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사람들 하는 생각이 똑같다 보니,
4명의 주인공 중 2명이 90% 확률로 지목당한다.
그런데 남은 2명 중 1명의 엔딩이
무척 슬프고 감동적이기 때문에
마니아들이 아예 단체 관람을 진행해서
그 엔딩을 만들어내기까지 하는 상황이라고,
보고 나오면 어떤 인물을 말하는 것인지
대략 짐작이 갈 것이다.
궁금하다면 다소 발품을 팔더라도
SNS 및 커뮤니티를 둘러보는 편이 좋겠다.
SYNOPSIS=줄거리
사건이 벌어진 바로 그날,
그날의 관객과 함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코믹추리수사극!!
Shear Madness 미용실, 그리고 살인사건
언제나 말 많고 분주한 '쉬어매드니스 미용실'의
일상이 뒤집히는 날! 미용실 위층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
사건의 피해자는 미용실 위층에 살고 있던 한 사람
왕년에 잘 나가던 유명 피아니스트 '바이엘 하'이다.
손님으로 가장해 잠복하고 있던 형사들은
미용실에 함께 있던 사람들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이 광경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관객들은
목격자이자 배심원이 되어
용의자들의 행적을 캐묻는다.
저마다 완벽하고 치밀한 알리바이를 내세워
자신을 변호하는 네 명의 인물들.
미용실 주인 '조호진(조지)'와 '장미숙(수지)'
미용실 단골손님인 부잣집 사모님 '한보현'
골동품 판매상인 '오준수'까지!
범인은 바로 여기!
미용실 안에 있다!
오늘의 당신만이
오늘의 범인을 잡을 수 있다!
당신이 지목할 범인은 누구인가?
▶추리=> 관객이 직접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추리하고 증언한다!
▶소통=> 무대와 객석, 관객과 배우가 함께
호흡하는 묘미가 있다!
▶웃음=> 실시간 진행되는 즉흥극을 통해
끊임없이 재창조되는 유쾌함!
▶반전=> 365일 매회 다른 결말로
기존에 있던 작품과의 비교를 거부한다!
1980년 초연 이후,
미국역사상 최장기 공연 기록 보유
전 세계 22개 도시의 공연장에서 매일 공연
Character & Cast
강우진 형사
누가 됐든... 범인은 잡아야 한다!
딱봐도 형사, 타고난 직감력과 두뇌로
카리스마 있게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박세웅/이한섭/김태범
조영민 형사
누가 됐든... 범인을 잡고 싶습니다!
얼핏 쓱 보면 형사.
어설픈 구석이 있지만 젊고 성실한
에너지로 수사를 돕는다.
-임재성/김종훈/장민수
조호진
쉬어매드니스원장 : 용의자1
정열의 오지라퍼이지만,
정열적인 바이엘 하의 피아노 연주
소리엔 불만을 갖고 있다.
-이승욱/이민우/이주훈
장미숙
쉬어매드니스 미용사 : 용의자2
열정적으로 호감을 사는 아가씨.
오준수와의 연애도 열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길하라/이유나/주수경/김민지
오준수
골동품 판매상 : 용의자3
세련된 외모의 젠틀한 말투.
자신이 파는 골동품처럼 묘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박종수/진성민/최지영
한보현
여사 : 용의자4
전형적인 사모님.
교양 있고 우아한 모습을
사건에 휘말려도 놓지 않으려 한다.
-우보라/정경화/한서희
1막, 일부러 성글게 만든 난장판 위로 관객을 불러들이다
대학로의 극장 '콘텐츠박스'에서 본 관객층은 약 1/2정도가 커플이었다 나머지는 친구들과 함께 온 사람들이다. 이 중 몇몇은 이미 이 연극을 본 경험이 있는 듯했다. 혼자 온 사람은 나를 포함해 몇 명 없어 보였다.
극의 정식 시작은 오후 5시부터지만, 10분 전부터 배우가 등장한다. 그들은 아직 암전되지 않은 상태의 무대에 올라 과장된 몸짓으로 연기를 시작한다. 미용실 <쉬어매드니스>의 남성 원장은 손님에게 추파를 부리면서 엉망으로 머리를 감기고, 여성 미용사는 손톱을 다듬는다. 그 모습을 보며 관객들이 웃기 시작한다. 그렇게 극은 관객석의 긴장을 말랑말랑하게 풀어놓은 상태로 관객석을 비추던 조명을 끈다. 1막이 시작된다.이제 시작되는 건 슬랩스틱 개그와 트렌드를 접목한 개그와 다소 'PC하지 못한'개그를 뒤섞은 어마어마한 유머의 파도다."송혜교 걔는 도대체 얼마나 복이 많은 거야? 집에 가면 송중기, 일하러 가면 박보검!" 처럼 현재 대한민국 시류를 반영한 대사가 나오는가 하면, 미용사가 쉐이빙 크림을 얼굴에 집어 던지고 문을 쾅 닫고 얼굴을 베는 몸개그가 이어지는식이다. 거의 소싯적 개그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류의 슬랩스틱 개그다. 주인공들 또한 거의 이런 장르에서 백 번은 본 듯한 스테레오 타입의 인물들이다.
게이 남성 미용사
백치미를 자랑하는 핀업걸 스타일의 여성 미용사
무뚝뚝한 남성 골동품 상인
돈은 많지만 무식하고 이기적인 상류층 사모님
<출처: 도수안의 브런치>
그리고 등장인물들은 얼핏 저 문장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행동하는 것 같아 보인다. 최근의 정치적 공정함을 추구하는 분위기에는 다소 불편해 보일 정도다.그러나 극이 전개되면서, 그들의 이면이 드러난다. 그들은 무대 위에 혼자 있을 때, 혹은 감정이 격해졌을 때 문득 자신의 섬뜩한 내면을 드러내고, 단서을 한 두 개씩 던진다. 그리고 이 과정은 의도적으로 불친절하다. 그들은 절대로 자신이 왜 지금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지, 왜 가위를 숨기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이 구멍을 파헤치는 사람은 관객일 것이기 때문이다.
2막, 대중이 주인공이고 대중이 작가인 이야기
관객은 주인공이다. 2막부터는 관객이 말하기 때문이다. 약 20분간의 추리 시간 동안, 관객은 손을 들어 자신의 추리를 극 중 배우들에게 질문할 수 있다. 그러면 배우들은 대답해야한 한다.
또한 관객이 작가다. 관객이 직접 범인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리 시간 이후의 스토리는 관객이 고른 범인이 주인공이 된 시나리오로 진행된다.
이 과정을 보다 보면, 이 연극이 처음 등장했던 1980년대에 큰 주목을 받은 이유를 금세 알 것 같다. "관객 참여형 연극'이 드물었던 시기일 테니 얼마나 신선했을까. 연극을 포함한 순수 예술에서 대중은 늘 유리된 존재였다. 그리고 그 사실을 대중들도 안다. 그런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연극이 등장했으니, 그 존재가 무척 신선했을 법도 하다.
그러나 2020년 대학로 연극판은 다르다. 이제는 발에 차이는 게 '관객 참여형 연극'이다. 오픈런으로 상연되는 이 연극들은 언제나 관객을 찾는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쉬어 매드니스〉’가 대학로를 찾는 사람들을 사로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처: 도수안의 브런치>
이 연극은 만들어진 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 날카로운 이빨이 살아 있다
등장인물들은 결코 낡지 않는다. 이들은 2020년 현재에도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스테레오 타입이고, 이 말은 곧 이들이 겪는 혐오 또한 현재의 이야기라는 뜻이 된다.
예를 들어 1980년대에도 게이 미용사는 비웃음의 대상이었고, 2020년 한국 또한 그렇다. 짧은 옷을 입과 남자와 잘 어울리며, 뒷소문이 무성한 젊은 여자는 과거에도 존해했고 지금도 존재한다. '살인사건'이라는 극단적인 장치는 극을 풀어가는 중요한 스토리기도 하지만, 이들이 자신들을 향한 사람들의 편견에 분노를 터뜨릴 수 있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이기도 하다 그들의 불만은 결코 낡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은 공감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보다 직접적이다. 추리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추리는 시간이 지나도 낡지 않는 소재 중 하나다. 셜록 홈즈는 200년의 세월을 훌쩍 넘어 여전히 재미있는 추리 소설이다 <쉬어 매드니스>는 심지어 틀린 추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추리 작가로서의 관객을 무시하지 않는다. 그들은 관객이 선택한 추리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인다.
그래서 이 특징은 결정적인 장점으로 이어진다. 결말이 4개라는 점 말이다. 오늘은 골동품상이 범인인 내용을 보았지만, 미용사가 범인인 내용도 궁금해진다. 그러면 관객은 한 번 더 <쉬어 매드니스>를 볼 수밖에 없다. 반복 관람은 성공적인 작품의 또 다른 특징 아니었나.
이것이 1980년에 혹평을 받고 데뷔한 초창기의 <쉬어 매드니스>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일 테다. 케네디 센터의 커플 관객들도, 한국 대학로를 방문하는 관객들도 다시 방문하게 만드는 힘. 이 연극을 보았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만한 건 아니어도, 어디가서 재미있게 보았다고 말할 수는 있는 것이다.
<출처: 도수안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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