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유명한 섬진강 재첩은 애주가들에게는 간장약으로 통한다. 하동방언으로 갱조개(강조개·민물조개라는 뜻)라고 부르는 하동재첩은 지름 1~2㎝ 크기의 작은 조개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섬진강 하류지역 염분이 적은 사질 토양에 서식한다.
1급수인 깨끗한 섬진강에 서식하는 하동재첩은 빛깔이 선명하고 육질이 연하며 맛이 담백하다. 아미노산인 메티오닌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간장 활동을 도와주고 타우린이 담즙분비를 활발하게 해 해독작용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크기가 10배나 큰 바지락보다 영양가가 세 배쯤 높다. 다른 음식과 함께 먹어도 부작용이 없고 눈을 맑게 하며 피로회복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졌다. 특히 숙취를 푸는 데는 시원한 하동재첩국이 최고로 꼽힌다. 하루도 빠짐없이 하동재첩국을 먹었더니 간 기능이 회복됐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일본인들도 좋아해 1999년부터 일본으로 수출도 한다.
지난주 부산 출장길에 저녁메뉴로 먹은 섬진강 재첩국집의 '재첩정식' 밥상 소개해 본다.
1. 재첩정식을 주문하면 나오는 상차림은 8가지 반찬 하나하나가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온 전통의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듯 하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두부, 아삭한 오이무침, 깻잎장아찌, 시래기나물에서 깊은 맛이 우러나와 고향의 맛을 떠올리게 한다. 정갈하게 담긴 나물무침과 꽈리고추찜 등도 자연의 신선함을 전달하며 풍미를 더해준다.
2. 섬진강맛집의 재첩국은 뽀얀 국물 속에 조갯살과 부추가 가득해 푸르스름한 빛깔을 띤다. 재첩과 부추에 소금 간만 한 것이 전부인데도, 국물 맛이 개운하고 깊어 속이 확 풀린다. 일반적으로 재첩국에는 부추를 듬뿍 썰어넣는데, 재첩에 찬 성질이 있는 반면 부추는 몸에 열을 내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부추를 가득 넣은 재첩국은 맛뿐 아니라 영양상으로도 절묘한 궁합을 이룬다.
▲재첩국은 재첩과 부추에 소금 간만 하는데도, 국물 맛이 개운하고 깊다.
3. 재첩을 이용한 대표적인 요리는 재첩 알맹이를 끓여 담백하고 시원한 국으로 먹는 재첩국이다. 재첩국에 부추를 넣는 것은 비타민A를 풍부하게 해 영양을 보충하고 맛을 돋우기 위해서다. 덮밥이나 부침을 만들거나 삶은 재첩을 회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재첩 알맹이에 하동 배를 채로 썰어 넣고 초장으로 비벼 요리하는 재첩무침도 별미다. 과거에는 재첩보관이 어려웠으나 지금은 팩에 담아 장기간 보관할 수 있어 일년내내 먹을 수 있다.
4. 재첩은 다 자라도 어른 손톱 남짓하다. 지금은 부산, 하동이나 광양에 맑은 재첩국에 부추를 넣고 파는 집이 많이 있다. 재첩 한 알을 입에 넣기 위해 수십 차례 모래와 흙을 씻어내야 하고, 하루 정도는 해감을 해야 한다. 심지어 삶아서 조갯살을 건져 다시 헹구기를 수차례 해야 밥상에 올릴 수 있다.
5. 우리나라 대부분의 재첩은 광양과 하동의 섬진강에서 채취한다. 재첩 서식의 3대 조건으로 모래, 민물, 염도를 꼽는다. 우선 모래가 없으면 유생(幼生)들이 자리를 잡지 못한다. 여기에 바닷물이 섞인 하구역(河口域·강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지역)이라야 한다. 이제 섬진강이 마지막 보루다. 이곳 재첩잡이는 ‘하동·광양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으로 국가중요어업유산에 지정되었고, 세계농업유산 등재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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