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둘레길 추천 코스]남산도서관부터 남산둘레길갤러리까지, 겨울빛 물든 남산둘레길 북측순환로에 녹아든 겨울 서정시

지난 주말 아침, 매서운 바람 끝에 묻어나는 겨울의 기척을 느끼며 남산도서관 앞을 나섰다. 평소 러닝크루와 자전거크루들로 북적이던 남산둘레길 북측순환로는 아직 이른 시각 탓인지 한적한 공기 속에 고요히 숨 쉬고 있었다. 남산도서관에 빌린 책을 돌려준 뒤, 잔잔한 겨울 햇살을 따라 걸어 나간 그 길 위에서 나는 둘레길을 물들이는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흐르는 푸른 하늘과, 발걸음에 조용히 답하는 부드러운 길의 감촉을 음미했다.

 

불어오는 찬바람 속에도 어딘가 온기가 맴도는 이 길 위를 만 오천보쯤 천천히 걸어 나아가며 바쁘던 일상 속에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던 마음도 한 올 한 올 풀려나가는 것 같았다. 이렇듯 계절이 감싸는 남산둘레길은 여유를 품고 달려가거나 천천히 머물러도 좋은, 낭만이 스며든 도심 속 비밀정원 같았다. 둘레길 함께 걸어 보아요.

 

 

주말 아침 남산도서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다 만난 이 벽화는, 단순한 색과 형체의 나열이 아닌, 동심 어린 상상력으로 직조된 작은 세계를 담고 있다. 후암초등학교 주변을 감싸고 있는 이 그림들은 아이들의 웃음소리, 소풍을 떠나는 발걸음, 푸른 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그리고 그 풍경을 지켜보는 나지막한 언덕 위 나무들의 속삭임까지 담아낸다.

▲후암초등학교의 담벼락을 지나 남산도서관으로 향하려면 이 우뚝솟은 빌딩처럼보이는 남산공원 전망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한다.

 

 

아직 서늘한 아침공기 속, 남산공원 전망엘리베이터는 도심의 바쁜 소음 한가운데서 고요히 솟아오른, 투명한 유리탑과도 같은 존재다. 서울의 하늘을 배경으로 반짝이는 이 엘리베이터는, 남산도서관과 남산둘레길을 이어주는 편리한 길잡이이자, 마치 서울 데이트코스로도 손색없는 낭만적 상징처럼 우뚝 서 있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남산의 숲과, 도시의 숨결이 어우러진 파노라마를 마주하며, 이 엘리베이터는 우리에게 말한다. ‘조금 천천히, 조금 더 높이 바라보며, 일상의 틈새에서 낭만을 발견해보라’고 말이지요.

▲남산도서관 앞 청명한 하늘 아래 고요히 서 있는 정약용 선생님의 형상은, 바쁜 도시의 흐름 속에서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치와 온기, 그리고 지성의 향기를 환기시키며 언제나 새로이 빛나고 있다.

 

 

그간 대여해서 읽었던 3권의 책을 반납하고, 남산도서관을 나서면 마치 한 편의 고전시 속 장면처럼, 초록빛 뜨락 너머에 우뚝 선 정약용 선생님의 동상과 마주하게 된다. 그는 조선의 지성(知性) 속에서 인간애(人間愛)를 꿈꾸던 실학자이자, 한양의 언덕 위로 바람 스며드는 풍경을 마음속에 담았던 사색가이기도 했다.

 

그 앞에 서면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된 남산둘레길과 남산공원, 그리고 도보여행을 통해 찾아온 이들마저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묵직한 울림이 전해진다. 신록이 손끝에서 향기를 내뿜는 계절이든, 낙엽이 고요히 가라앉는 서늘한 계절이든, 그의 시선은 늘 한결같이 주변을 보듬으며 우리를 아련한 옛 시절의 소풍으로 이끈다.

▲ 서울특별시교육청융합과학교육원 남산분원

 

 

남산도서관을 지나 터널을 벗어나면, 아스라이 이어진 계단 너머로 서울특별시교육청융합과학교육원 남산분원이 푸른 하늘 아래 서 있다. 이곳은 바쁜 도시 일상 속에서도 새로운 지식을 향한 호기심과 배움을 위한 꿈을 품게 하는 서울교육명소이자, 과학관의 면모를 갖춘 특별한 공간이다.

 

하얀 외벽은 마치 깨끗한 도화지처럼, 이곳을 찾는 학생들과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투영하고, 계단에 서서 잠시 숨을 고르면, 머릿속을 맴돌던 질문들이 가만히 배어 나오는 듯하다. 과학과 예술, 교육과 문화가 함께 숨 쉬는 이 장소에서, 사람들은 서울여행의 새로운 장면을 발견하고, 도보여행 추천코스로 손색없는 풍경 속에서 지식과 영감의 씨앗을 심어가게 된다.

 

한적한 길을 따라 조용히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서울시교육청융합과학교육원 남산분원을 지나, 드디어 남산둘레길 북측순환로로 이어지는 길잡이 같은 표지판과 종합안내도가 눈앞에 펼쳐진다. 바스락대는 낙엽들 사이로 가만히 서 있는 이 이정표 앞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추고 지도를 찬찬히 들여다보게 된다.

 

서울걷기여행을 즐기는 이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출발점이 아닌, 도보여행 추천코스로 인기 높은 남산둘레길의 운치를 미리 살짝 맛보게 하는 입맞춤 같은 곳이다. 데이트코스로도 손색없는 이 길 위에서, 우리는 눈으로만 스치던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발끝으로 느끼고, 바쁜 일상 속에 묻어둔 감성을 천천히 끄집어내게 된다.

▲남산둘레길 북측순환로길 시작점에 서 있는 사람들

 

이른 아침, 아직 매서운 바람 끝이 얼굴을 간질이며 겨울의 흔적을 품고 있는 남산둘레길 북측순환로에 발을 디뎌본다. 도시를 깨우기도 전, 고요한 숲길 위에는 드문드문 나지막한 발소리만이 머물고 있다. 서울 도보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곳은 사람들의 북적임 대신, 깊은숨 내쉬며 천천히 걸어갈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한다.

▲맞은편길에서 오는 사람들

 

쌀쌀한 기운 탓에 어깨를 여미는 이 시간이지만, 바로 그 차가운 공기 한 자락에는 묘한 낭만이 깃든다. 서울 데이트코스로도 손색없는 이 문화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면,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부드러운 아침 빛이 마치 속삭이듯 속 깊은 이야기를 건네는 듯하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걸음을 늦추고 마음의 속도를 낮추게 만드는 이 고요한 분위기는,  특별히 마음을 어루만지는 힘을 지니고 있다.

▲달리는 사람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흘러드는 미묘한 햇살, 그리고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묵직한 정적.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남산둘레길은 흐릿하게 번진 도시의 소리를 잊게 한다. 이른 시각, 추운 날씨 덕분에 더욱 깊은 호흡으로 마주하는 둘레길 위에서, 우리는 비로소 서울 한가운데에서도 여유로운 낭만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와룡묘(서울시 민속문화유산): 중국 삼국지의 제갈량(諸葛亮, 중국명 제갈공명)을 비롯한 역사적·신화적 인물을 모시는 사당(사당이자 제단)

 

남산의 와룡묘(臥龍廟)는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독특한 민간신앙과 유교·도교적 전통이 어우러진 민속종교적 문화유적지로, 중국 삼국지의 제갈량(諸葛亮, 중국명 제갈공명)을 비롯한 역사적·신화적 인물을 모시는 사당(사당이자 제단)이다. ‘와룡(臥龍)’이라는 명칭은 제갈량의 별칭에서 유래한 것으로, 그를 ‘잠들어 있는 용’에 비유하며 뛰어난 지략과 덕망을 상징한다.

▲와룡묘는 마치 누운 용이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듯한 정취 속에서,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과 가치를 품어왔다. 이곳은 언젠가 다시 찾아와 그 안에 깃든 이야기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과거와 현재가 부드럽게 이어지는 낭만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

 

 

이 사당은 수백 년 동안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서 민간신앙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며 백성들이 평안과 번영, 지혜로움을 기원하는 장소로 사용되었다. 유교적 인물 숭배와 도교적 신앙, 그리고 지역 민간신앙이 어우러진 와룡묘는 단순히 한 인물을 기리는 곳을 넘어 한국이 주변 문화권과 교류하고, 그 가운데서 독자적인 신앙형태를 형성해 온 과정을 잘 보여주는 살아 있는 역사적 흔적이다.

 

 

아직 이른 아침, 문의 닫힌 계단 앞에서 머물러야 했지만, 문득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이곳에 깃들어 있는 역사의 숨결이 들려오는 듯하다. 와룡묘는 마치 누운 용이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듯한 정취 속에서,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과 가치를 품어왔다. 남산둘레길로 이어진 이 길 위에서, 도시의 현대적인 풍경 뒤편에는 과거의 지혜, 신앙, 그리고 문화적 자양분을 머금은 역사적 가치가 조용히 빛나고 있다.

▲이른 아침의 서울, 남산둘레길 위를 달리는 이들의 모습은, 바쁜 일상에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희망과 열정의 기폭제이자, 도시가 품고 있는 서정적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게 해주는, 작고 소중한 순간이다.

 

 

서늘한 공기가 뺨을 간질이고, 나뭇가지 사이로 아득히 보이는 *남산타워(서울타워)*는 마치 먼 옛시절의 등불처럼 은은한 빛을 머금고 있다. 그 우뚝 솟은 실루엣을 바라보면, 비록 도심 한가운데 있지만, 내딛는 발걸음마다 마치 감미로운 선율이 흘러나오는 듯한 도보여행의 낭만적인 기분이 감돈다.

 

그 길 위를 달리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가슴속에 작은 불씨를 품은 모습이다.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서울을 앞질러 달리는 그들의 발걸음은, 가슴속에 맺힌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의지의 표현이자, 새날의 시작을 알리는 생기 넘치는 몸짓이다. 바람이 스치는 소리, 나뭇잎 사이로 비추는 여린 햇살, 그리고 먼 곳에서 손짓하는 *남산타워(서울타워)*의 자태를 배경으로, 그들의 쉼 없는 숨소리는 낭만적 풍경 스케치에 마지막 터치를 더한다.

▲차가운 아침 공기 속에서도 이들의 발걸음은 따뜻한 온기를 품고 전진하며, 낭만의 도시 서울 한가운데서 진정한 연대와 배려의 의미를 조용히 되새기게 한다.

 

한 발 두 발, 손끝으로 전해지는 작은 끈에 의지해 달려 나가는 시각장애인 주자들의 모습은 마치 세상을 더 깊고 섬세하게 느끼려는 노력의 선언 같다. 그 곁에서 함께 달리는 봉사자와 가이드러너들은, 마치 비밀스럽게 주고받는 속삭임처럼, 몸짓과 발소리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전달하고 있다. 이 행사는 단순한 스포츠 대회가 아닌, 서울 도보여행을 즐기는 이 길에서 나눌 수 있는 가장 귀한 가치—‘함께’라는 의미를 오롯이 드러내는 현장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시각적인 화려함 없이도 서로를 느끼는 법을 다시금 배운다. 바람결에 실린 낙엽들의 속삭임, 나지막한 발걸음 리듬, 그리고 부딪히는 심장 소리 그 자체가 이 마라톤의 배경음악이 된다. 도시의 소음이 희미해진 이곳, 남산둘레길 한 켠에서 펼쳐지는 시각장애인마라톤행사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뛰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더 아름답고 온기 넘치는 사회의 한 장면을 써 내려가고 있는 듯하다.

▲둘레길 곳곳에 깃든 거리표시선은, 도심 속에서도 한 걸음마다 삶을 곱씹고 간직하게 하는, 잔잔한 매력으로 가득한 풍경의 일부다.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발아래 조용히 놓인 거리표시선들이 문득 시(詩)의 행간처럼 다가온다. 이른 새벽바람에 흔들린 낙엽들이 바닥을 장식하는 가운데, 단정히 새겨진 숫자와 화살표는 우리가 이미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속삭이듯 알려준다.

▲살얼음 낀 계곡물을 바라보는 순간은, 번잡한 일상 속에서도 마음 한구석에 따뜻한 언어를 새겨 넣는 소담한 시간으로 남는다.

 

 

조용히 흐르던 작은 계곡의 샘물은, 어느덧 겨울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듯 맑은 표면 위에 얇은 얼음막을 덮어두었다. 바람 한 자락 스치면, 물살은 숨을 죽이고, 투명한 크리스털 조각처럼 가냘픈 얼음결이 반짝인다. 남산둘레길을 따라 걷다가 이 작은 물결의 변주를 마주할 때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자연이 부리는 섬세한 마법에 눈을 맡기게 된다.

 

국립극장과 *서울타워(N서울타워)*를 향해 꾸준히 발걸음을 옮기다 1900m 지점쯤에서 돌아서는 순간,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남산둘레길 북측순환로 길 위로 스며들어왔다. 한껏 상기된 뺨에 내려앉는 이 부드러운 빛은 마치 주말의 여유로움과 낭만을 조용히 노래하는 것만 같다.

 

 

숲길 사이로 흐르는 가느다란 바람결에 나뭇가지들이 살랑이고, 아직 잠에서 덜 깨어난 도시가 먼발치에 유화처럼 번져 있다. 이 길은 서울 도보여행을 즐기며 문득 일상 속 낭만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출근길과는 다른 한 템포 느린 문화산책로를 제안한다. 도시 한가운데서도 계절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삶을 한층 부드럽게 만드는 비밀 같은 선물이다.

 

 

이른 시각,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아침햇살은, 비록 단순한 빛줄기일 뿐이지만, 그 안에 묘한 포근함과 위로의 기운을 담고 있다. 걷기 여행추천 코스로 손색없는 이 북측순환로 위에서, 우리는 천천히 걸으며 머릿속을 맴돌던 잡념들마저 다독이고, 마음속 남은 자리에 잔잔한 감성과 설렘을 채우게 된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 평범한 주말 아침 산책이 조금 더 특별하고 빛나는 추억이 되는 것이다.

▲남산둘레길 갤러리 에서 펼쳐진 공원사진사들의 사진전은, 단순한 이미지의 나열이 아닌 사계절을 머금은 공원 속 다채로운 순간들을 한 편의 시로 엮어내고 있다.

▲살랑이는 바람, 낙엽 사이로 스며든 아침햇살, 살짝 얼어붙은 계곡물, 그리고 계절마다 표정을 달리하는 나무들의 스케치까지—사진 한 장 한 장이 시간을 품은 그림엽서처럼 다가온다.

 

 

각기 다른 렌즈 너머로 바라본 풍경들은, 우리에게 익숙했던 남산의 한 장면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공원사진사들의 시선 속에서 담긴 숲길, 나무, 하늘, 그리고 사람들이 만들어낸 따스한 이야기 조각들은, 도시 한가운데서도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음을 조용히 속삭인다. 이렇듯 계절마다 다른 색과 온기를 머금은 사진전은, 남산둘레길을 따라 걷는 여정에 고운 감성을 덧입혀, 발걸음이 가는 길마다 시와 음악처럼 낭만을 새겨두고 있다.

▲공원사진사 정선옥님의 '용산가족공원의 겨울': 겨울이 내린 용산가족공원은 그 자체가 예술 작품이다.

 

 

공원사진사 정선옥 님의 렌즈 속에서, 용산가족공원은 겨울이 흰빛의 캔버스로 펼쳐진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된다. 나무枝 사이로 스며든 고요한 바람, 사뿐히 내려앉는 눈꽃 한 송이 한 송이마다 쌓여가는 풍경은 마치 차분한 선율의 교향곡처럼 마음을 울린다. 도시 한복판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선 서울 도보여행을 즐기는 이들이 걸음마다 계절의 속삭임을 어루만지며, 문화산책로의 낭만을 몸소 느낄 수 있다.

▲정적이 깃든 남산 걷기여행 한가운데서 만나는 이 겨울 캔버스는, 차가운 공기 너머로 따뜻한 마음의 언어를 건네며, 땅 위에 쌓인 눈결처럼 순백의 추억을 남기고 있다.

 

 

공원사진사 최은경 님의 작품, “남산에 눈이 내리면”은 겨울날 남산의 고요한 숨결을 한 폭의 시(詩)처럼 펼쳐 보인다. 나뭇가지마다 하얀 눈꽃이 소담하게 내려앉은 풍경 속,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은 마치 따뜻한 융단 위를 거니는 듯한 포근한 인상을 남긴다.

 

부드러운 설원의 길목을 따라 걷는 이들은 인생의 크고 작은 굴곡을 함께 딛고 나아가는 시간의 동반자를 떠올리게 한. 남산 둘레길을 감싸는 새하얀 눈빛 속에 녹아든 서울의 겨울 풍경은, 도보여행이나 데이트코스로도 손색없는 낭만적인 공간임을 조용히 속삭이고 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바삭거리는 소리는 마치 겨울이 들려주는 속삭임 같아, 세상 가장 부드러운 겨울왕국의 한 장면에 우리를 초대한다.

 

 

공원사진사 변성진님의 작품 “겨울왕국”에서는, 한 폭의 동화 속 장면처럼 은빛 가루를 흩뿌린 겨울 숲의 고요한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마치 차분히 숨결을 고른 자연이 순백의 겉옷을 입고, 잔잔한 숨소리로 우리를 어루만지는 듯한 풍경이다.

 

눈발에 내려앉은 부드러운 흰색 결(雪)은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깊이 스며들어, 남산둘레길 위로 어느덧 작은 겨울왕국을 탄생시킨다. 서울 도보여행을 통해 우연히 마주할 수 있는 이 장면은, 도시의 분주한 일상 속에서도 계절의 순수한 숨결을 만끽할 수 있음을 조용히 들려준다.

 

 

그렇게 15,000보가 훌쩍 넘는 발걸음 끝에,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비록 다리는 뻐근하고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마음 한 자락은 청량하게 씻겨나간 듯한 기분이었다. 남산둘레길을 따라 걸으며 흩어졌던 생각들은 고요히 정돈되었고, 도심 속에서도 자연과 예술, 그리고 사람들의 따스한 연대가 깃들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른 아침 출발해, 남산도서관에 빌린 책을 반납하고, 바람에 스치는 낙엽들의 속삭임과 시각장애인마라톤의 힘찬 호흡, 남산갤러리 사진전 속 겨울왕국의 풍경까지—이 모든 것이 걸음걸음마다 한 폭의 시(詩)가 되어 눈앞에 펼쳐졌다. 그렇게 도심 한복판에서도 계절의 속삭임을 느끼고, 예술의 숨결을 마주하며, 삶의 또 다른 낭만을 찾았다.

 

따스한 햇살이 은은히 스며드는 창가에 앉아, 발끝에 남아 있는 기분 좋은 피로감을 가만히 음미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다음에도 난 길 위에 있을 것”이라고. 그때 다시 만나게 될 낯선 풍경과 사람들, 계절의 흔적들, 그리고 문화의 향기가, 오늘보다 한층 더 풍성하고 깊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