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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나의 여행

서울 가볼만한 곳 서촌마을 나들이 : 작은 서점부터 모던한 예술까지, 서촌에서 펼쳐진 골목 로망.

by 홍나와 떼굴이 2025.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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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햇살이 살포시 내려앉은 금요일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시카고 친구와 함께 서촌나들이를 떠났다. 경복궁 옆에 자리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책방오늘’에서 시작된 하루는 근대문학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이상 시인의 집과 고즈넉한 분위기가 흐르는 화가 박노수 미술관으로 이어졌다.

 

윤동주 시인이 청춘을 품고 지냈던 하숙집 터를 지날 즈음엔 서촌의 골목골목마다 스며 있는 시와 예술의 온기가 마음을 따뜻하게 밝혀 주었다. 인왕산 입구까지 산뜻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가 돌아오는 길엔 통인시장이라는 전통시장의 정취 속으로 살포시 녹아들어 맛있는 생선구이에 하루의 풍미를 더했다.

 

낭만과 역사 그리고 문학이 어우러진 서촌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이번 서촌 산책길에서 시카고 친구와 함께한 행복한 추억을 고스란히 글로 남겨 보려 합니다. 이제부터 서촌만의 색채와 이야기를 차근차근 펼쳐 보일게요.

 

※ 이 포스팅은 2024년 12월 27일(금)에 다녀온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만, 지난주 무안 항공기 사고로 소중한 생명들이 희생되어 전 국민 애도 기간을 갖게 된 터라, 늦었지만 이제서야 글을 올리게 된 점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소설가 한강님이 운영하던 작은 책방 '오늘'

 

 

경복궁역에서 내려 서촌 골목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붉은 벽돌집 사이에 자리한 작고 소박한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작가의 흔적이 깃든 ‘책방오늘’이다.

 

문은 굳게 닫혀 있어도, 그 앞을 지나치는 순간 왠지 모를 문학의 향기가 은은히 전해져 온다. 마치 한 권의 소설 속에 살짝 발을 들인 듯, 시나브로 퍼져 나오는 감성과 로맨틱한 분위기가 마음을 촉촉이 적셔 주는 듯했다.

▲한강 작가가 운영했다는 작은 서점 책방오늘 앞

 

비록 지금은 운영이 잠시 중단된 상태라 실내를 둘러볼 수는 없었지만, 한강 작가가 머물렀다는 작은 책방의 소박함에서 문득 작가의 담백하면서도 섬세한 작품 세계가 떠올랐다.

 

언제나 일상 속 섬세한 결을 포착해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 온 그녀의 문장은 우리 문학사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한강 작가의 이야기가 펼쳐진 이 자리에서 땅과 삶, 그리고 인간의 본질에 대한 끝없는 탐구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듯한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

 

서촌의 아기자기한 골목 풍경과 어우러진 이곳 ‘책방오늘’은 비록 현재 문이 닫혀 있지만, 그 자체로 한강 작가의 창작 활동과 우리 문학의 발전에 한 점(點)이 되어 주고 있다.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 할지라도 경복궁 옆 한강 작가가 거주하며 운영했다는 서점의 존재만으로도 서촌 나들이 코스에 특별함을 더해 주니 서울을 대표하는 문학 여행지로서 한 번쯤 가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그저 지나치는 길에도 작가의 흔적 한 자락이 작은 설렘을 남겨 주는 이곳—낭만이 깃든 서촌의 여행 서막으로 꼭 추천하고 싶다.

 

 

조금 전까지 붉은 벽돌과 낮은 처마가 어우러진 서촌 특유의 분위기에 젖어 있다가 어느덧 골목이 넓어지며 현대적인 간판과 세련된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면 문득 이곳이 정말 서촌이 맞나 싶은 이질감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러나 이 작은 낯섦은 오히려 서촌 골목길이 품고 있는 시간의 겹을 더욱 짙게 느끼게 해 준다. 전통과 현대, 옛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는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꿋꿋이 남아 있는 문학의 흔적과 마주하게 된다.

<시인 이상의 집>

▲다음 기회에는 꼭 내부를 살펴보겠노라 아쉬움을 달래며 골목길을 돌아나오는 길, 문득 이 모든 흔적이 잊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역사와 예술, 그리고 서촌 이 간직해 온 향기를 조금씩 되새기는 시간이었으니까.



현대적인 골목 풍경을 뒤로하고 조금 더 걸어 들어가면, 갑작스레 우리 문학사의 굵직한 이름인 시인 이상(본명 김해경, 1910~1937)의 이상의 집을 만날 수 있다. 마치 시간 여행을 하듯 발걸음을 옮기다 맞닥뜨리는 이 낡은 담장은 근대 모더니즘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던 그의 기발한 상상력과 실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흔적이다.

 

아쉽게도 제가 찾았던 날은 내부 공사 중이어서 그토록 궁금했던 이상의 집 안뜰을 구석구석 살펴보지 못했다. 그러나 문 앞에 스며 있는 옛 벽돌의 질감과, 시인 이상의 짧은 생애가 응축된 공간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묵직한 감동이 밀려왔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둘 만큼,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더욱 예민하게 세계를 바라본 이상 시인은 그의 문장 속에 날카로운 통찰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담아내며 한국 문학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시인의 짧지만 강렬했던 생애처럼, 서촌 골목의 낯선과 익숙함이 공존하는 풍경이 여러분의 가슴 속에 오래도록 울림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가 남긴 ‘날개’와 같은 대표작들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독자의 가슴속에 새겨져 있다. 일생은 비록 짧았지만, 시인이상이라는 이름은 한 시대의 문학사를 넘어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낯선 것들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해 준다. 이토록 혁신적인 언어를 구사했던 그는 결국 건강 악화와 격동의 시대 한복판에서 세상을 떠났지만, 이상의 집을 통해 우리는 아직도 그의 삶과 시선에 잠시나마 스며들 수 있다.

▲서촌마을 한옥골목길: 서촌마을 한옥골목길 을 거닐며, 서울 안의 또 다른 시간층을 마주해 보세요. 투박하지만 정감 어린 담벼락과 조용한 골목들을 따라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이내 당신의 여행과 일상에 향기로운 여운을 남겨 줄 것입니다.

 

서촌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낮은 담장과 고풍스러운 한옥들의 처마가 어우러진 한옥골목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붉은 벽돌과 나무 문살, 정갈하게 정돈된 돌바닥이 만들어 내는 풍경은 마치 오래전 옛 서울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바람 한 점 흐르지 않는 골목 사이를 거닐며, 오랜 시간 이곳을 지켜 온 서촌마을의 정취를 몸소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참 따뜻하게 다가온다.

 

이 골목길에는 차분하고 아늑한 기운이 흐른다. 때로는 담장 너머로 들려오는 작은 말소리에 마음이 포근해지고, 어느 한옥 대문 앞에 놓인 작은 화분 속 꽃들을 보며 생기 넘치는 골목여행의 맛을 새삼 깨닫곤 한다. 굳이 화려하거나 요란한 장식이 없어도 수백 년을 견디며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아 주는 것이다.

 

무심코 지나치는 듯해도, 한옥 처마 밑으로 드리운 옛 기와와 기둥에 시선을 잠시 멈추면 그 세밀한 디테일에 감탄하게 된다. 우리의 전통과 생활문화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듯, 거친 듯 부드러운 나무의 결과 기와의 아름다운 곡선이 힐링을 선사해 주거든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 골목을 찾으면 잠깐이나마 속도가 느려지는 듯한 착각과 함께 마음에 편안함이 깃드는 것만 같다.

 

누군가에게는 스쳐 가는 풍경일지라도, 이곳에서 생활하고 추억을 만들어 온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추억의 장소이지 않을까요? 낭만이 묻어나는 골목벽에 살짝 손을 대면, 마치 옛이야기가 손끝을 타고 전해 오는 듯합니다. 거기에 곁들여지는 따뜻한 주민들의 인심은 그저 지나가는 방문객들에게도 가슴 한편에 작은 온기를 남겨 줍니다.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

▲푸르른 하늘 아래, 과거의 예술가가 그려 낸 아름다움을 만나게 되는 즐거움—그것이야말로 옥인동 언덕길 위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낭만 일지도 모르겠다. 다음에 다시 찾을 땐, 아마도 더 깊은 감동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옥인동 언덕길을 따라 천천히 발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눈앞에 솟아오르는 고풍스러운 건물 하나를 마주하게 된다. 바로 우리 미술계에 굵은 획을 그은 화가 박노수(1927~2013)의 삶과 예술이 담긴 박노수미술관이다. 세월의 풍파를 견디며 곱게 자리 잡은 붉은 벽돌과 고즈넉한 정원 너머로 스며드는 낭만은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순식간에 예술적 설렘을 불러일으킨다.

 

 

아쉬운 점은, 미술관 내부에서 사진 촬영이 제한되어 있어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다는 것이지만 오히려 작품에 좀 더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몇 걸음 걸어가면 나타나는 정원에는 돌조각들이 정갈히 놓여 있고, 오래된 나무들이 머리를 맞대고 서 있어 마치 박노수 화백의 캔버스 속 풍경 속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을 안겨 준다.

 

비록 입장료를 내야 하지만, 그만큼 박노수 화백의 예술적 가치와 유산을 보존하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 예술감상의 기쁨을 전해 주고자 하는 의지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게다가 이 미술관 건물 자체도 근대건축사적으로 의미가 깊어, 서울 가볼 만한 곳 리스트에 꼭 포함하고 싶은 곳이다. 짧은 시간이라도 머무르며 화백이 남긴 독창적이고도 따뜻한 예술의 흔적을 곱씹어 보시면 어떨까요?

▲ 서촌 나들이 코스로 한옥여행 을 즐기고 싶다면, 눈부신 기와 지붕 아래의 나무 대문을 살펴보는 일부터 시작해 보자. 두드리면 누군가 반갑게 열어 줄 것만 같은 그 문이, 때론 조용히 곁에 서 있어 우릴 반겨 주는 것 같거든요. 전통의 멋과 품위를 알뜰히 간직한 이 대문들의 매력은,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서촌의 풍경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서촌 골목길을 천천히 거닐다 보면,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역시 한옥대문이다. 낮은 담장 너머로 살포시 드러나는 대문들은 전통문화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오래된 나무의 옹이마다 스며 있는 세월, 그리고 장인들의 손끝에서 비롯된 정교한 문살과 문고리는 특별한 힐링여행의 정취를 선사한다.

 

하나하나 다른 무늬와 색을 품고 있는 대문들을 마주할 때마다 그 안에 깃든 서울의 역사와 이야기를 상상하게 된다. 어떤 한옥은 수백 년을 견뎌 온 고택으로, 그 무게만큼이나 묵직한 대문을 자랑하고, 또 어떤 집은 비교적 현대에 지어졌지만, 옛 전통을 살려 목재와 기와가 어우러지는 운치를 더해 준다. 문득, 누군가 익숙하게 드나들었을 문턱에서 스치는 작은 낙엽 하나까지도 오랜 추억을 머금고 있는 듯 느껴지는 순간이다.

 

찬 바람이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날씨에도 서촌나들이가 마냥 포근하게 느껴졌던 건 아마도 따뜻한 기운을 머금은 한옥 대문들 덕분이 아닐까 싶다. 

< 시인 윤동주: 하숙집 터>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윤동주 시인의 마음속에서 번뜩였을 언어의 감각과 별빛 같은 염원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것만 같다.

 

 

서촌 누상동 골목을 거닐다 마주치는 윤동주 하숙집터는 비록 옛 건물의 흔적은 사라졌어도 여전히 우리의 가슴속에 오롯이 남아 있는 민족시인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1941년,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청년 윤동주는 이곳에서 하숙생활을 하며 자신의 시혼(詩魂)을 다듬었다. 낮은 담장과 언덕길이 만들어 내는 잔잔한 풍경 속을 걷다 보면 마치 한 편의 서정시가 우리를 감싸 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윤동주 시인이 쓴 ‘별 헤는 밤’, ‘서시’, ‘또 다른 고향’ 등은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한국문학의 대표작으로, 일제강점기 속에서도 고독하지만 빛나는 청춘의 번민과 민족정신을 담아냈다. 하숙집의 터만 남아 있어 그 시절 모습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이곳을 지나치는 순간 마치 시인의 그림자가 언덕 어귀에 맴도는 듯한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다.

▲빠르게 변해 가는 세상 속에서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사람과 책을 이어 주는 이 책방들이야말로 서촌나들이 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요? 지금 당장은 근사하고 호화롭지 않을지라도, 골목 곳곳에서 조용히 빛나는 작은 서점 하나하나가 서촌의 낭만 과 역사 를 함께 써 내려가고 있었다.

 

 

서촌 골목길을 거닐다 보면, 찬찬히 책을 모셔 둔 작은 서점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번쩍이는 간판 없이도 은은하게 풍겨 나오는 문학의 향기는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정겨운 감성을 선사한다. 비록 영업이익을 따지기엔 쉽지 않은 길일 테지만 자신만의 소신으로 한 권 한 권 책을 진열해 놓은 모습을 보면 마음 한켠이 따뜻해진다.

 

특히,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흔적을 간직한 ‘책방오늘’을 비롯해, 골목 어귀마다 다채로운 색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은 서점들이 모여 있다.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무수한 삶의 조각들을 건네받는 듯 책 한 권에서부터 여행과 예술, 그리고 삶에 대한 통찰까지 다양한 영감을 얻게 된다. 서촌이라는 공간이 지닌 고즈넉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도 더해져 작은 서점 몇 곳만 들러도 마치 감성여행을 온듯한 특별함을 누릴 수 있다.

▲바야흐로 계절의 변화가 찾아올 때마다 새 옷을 갈아입는 이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 뿌리로 마을을 지켜주며 한결같은 안식처가 되어 준다. 볼수록 신비롭고 운치 있는 이 모습이야말로, 서촌 이라는 공간을 더욱 따뜻하게 만드는 소중한 존재가 아닐까 싶다.

 

 

서촌 골목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눈길을 붙잡는 묵직한 존재가 있다. 마치 세월의 풍파를 고스란히 품은 채, 한 자리를 지켜온 오래된 고목 한 그루가 마을 한가운데 우뚝 서 있다. 궂은비가 쏟아져도, 거센 바람이 불어와도 흔들림 없이 곧게 서 있는 그 모습은, 누군가에겐 ‘마을의 수호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바람결에 살랑이는 낙엽 소리조차도 따스하게 들릴 만큼, 이 고목은 오래도록 서촌마을 사람들의 곁을 지켜 왔다. 찬란한 봄 햇살 아래선 생명의 기운을 전해 주고, 비 오는 여름날엔 그늘을 만들어 주며, 쓸쓸한 가을과 쌀쌀한 겨울에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묵묵히 마을의 일상을 품어 주었다. 나무 아래서 오고 가는 시간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느새 이웃과 추억이 되고, 세월을 거듭하며 특별한 전통문화의 일부가 되었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오래도록 의지하고 기댈 수 있었던 신앙의 요람 으로서, 그리고 여행자들에게는 평온하고 서정적인 감동을 안겨 주는 옥인동 언덕배기의 이 교회야말로, 오랜 시간을 함께 걸어온 서촌나들이 코스 중 빼놓을 수 없는 역사 와 문화 의 흔적이 아닐까 한다.

 

 

옥인동 언덕배기를 따라 한 발 한 발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눈앞에 자리 잡은 옥인동교회가 고요히 마을을 보듬고 있는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한눈에 봐도 독특한 건축미가 돋보이는 이 교회는, 오랜 시간 동안 마을 사람들의 신앙심과 삶의 이야기를 함께해 온 소중한 공간이다. 옛 시절, 이웃들과 함께 예배드리고 종소리를 들으며 희망을 노래하던 시간은, 교회의 벽돌마다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서촌 이라는 특별한 무대 위에 자리 잡은 예쁜카페 들은, 어느 계절에 찾아도 늘 포근하고 아름다운 서촌나들이 의 ‘휴식처’가 되어 줄 거다.

 

 

서촌 골목길을 따라 거닐다 보면, 크고 작은 예쁜카페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빨간 벽돌 담장 사이사이에서 포근한 불빛을 뿜어내는 카페들은 마치 낭만이 머물다 간 자리를 추억하듯 아늑하고도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느 문으로 들어가든 진한 커피 향이 반기고, 유리창 너머로 펼쳐지는 잔잔한 골목 풍경은 마치 한 장의 그림엽서 같은 느낌을 안겨 준다.

▲서촌마을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인왕산과 진경산수화길, 그리고 유유히 흐르는 수성동계곡은 마치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을 알려 주는 이정표 같다. 골목길의 따스한 인심에서 산과 계곡이 전하는 편안함에 이르기까지, 하루 동안의 서촌여행이 한 폭의 그림처럼 서서히 완성되는 기분이었다. 전통과 자연, 그리고 사람 냄새가 어우러진 이 길 위에선, 그야말로 진정한 힐링과 낭만을 함께 누릴 수 있다.

 

 

서촌마을 골목을 한참 누비고 나면, 어느새 눈앞에 인왕산등산로입구가 모습을 드러난다. 가파른 언덕이 다소 숨을 고르게 만들지만, 이곳부터 인왕산 정상까지는 약 1km 정도여서 가볍게 오르기에 딱 좋다. 게다가 울창한 숲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서울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마주하게 되는데, 한적한 서촌나들이의 마무리를 더욱 운치 있게 만들어 준다.

 

등산로 입구 주위에는 서울시에서 선정한 테마산책길, 바로 진경산수화길도 자리하고 있다. 17~18세기 겸재 정선이 빚어낸 산수화 속 풍경을 이 길을 통해 다시금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낭만을 자아낸다. 마치 그 옛날 예술가의 시선으로 서울의 자연을 새롭게 살펴보는 듯한 기분이랄까. 시끌벅적한 도시 한복판에서도, 이렇게 청정하고도 차분한 서울산책코스를 만날 수 있다는 건 큰 행복인 것 같다.

 

무엇보다 이 근방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있으니, 바로 복원된 수성동계곡이다. 한때 개발로 인해 그 모습을 잃었던 이곳이, 다시금 맑은 물소리를 찾아 돌아온 순간은 마치 오래된 추억이 되살아난 듯한 감동을 전해 준다. 기암괴석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와 담백한 자연이 어우러져, ‘서울에도 이런 계곡이 있었나?’ 하고 감탄하게 만든다.

▲도심속 사찰 대한불교조계종 불국사: 서촌마을 끝자락까지 길을 이어 달려온 분이라면, 이곳 불국사 앞에서 잠시 멈추어 마음을 고요히 가다듬어 보자. 바라만 보고 있어도 저절로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도심 속 사찰이 선사하는 낭만은 그런  소박한 순간 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서촌 골목길을 찬찬히 거닐다 보면, 뜻밖에도 아담한 사찰 하나가 언덕 위에 소담하게 자리해 있다. 바로 대한불교조계종 불국사다. 이름에서 떠올리는 경주 불국사와는 다른, 서촌만의 독특한 정취를 간직한 도시형 사찰이다. 정확한 창건 시기에 대한 기록을 찾긴 어렵지만 이곳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안식처가 되어 온 시간만큼은 결코 짧지 않아 보인다.

 

비록 안으로 들어가 보진 못했지만 아담한 담장 너머로 언뜻 보이는 법당과 푸른 기와, 그리고 층층이 놓인 돌계단이 참 정겹다. 높이 솟은 언덕 끝에 자리한 모습 덕분인지 마치 하늘 가까운 곳에서 마을을 굽어보는 수호자 같은 인상을 받게 된다. 바쁜 도시 일상 속에서도 마음의 평온을 찾고픈 사람들에게 이곳 불국사는 작지만 튼튼한 버팀목처럼 느껴지겠다.

 

특히, 이 절이 가진 의미는 단지 종교적 공간에 그치지 않습니다. 서촌이라는 오래된 동네의 역사와 함께 호흡하며 때로는 청춘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또 어느 날은 지친 어깨를 토닥이는 힐링공간이 되어 주는 것이다. 몇 계단만 올라서도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서울의 풍경이 평소에 못 느꼈던 색다른 아름다움과 여유를 전해 주기도 한다

 

▲ 낮엔 정겨운 골목 풍경 속에서 간단한 분식을 맛보아도 좋고, 밤이면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 들러 와인 한 잔과 함께 느긋한 서촌의 낭만을 만끽할 수도 있다. 식사가 끝나고 나면, 서촌의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달콤한 디저트나 차 한 잔을 곁들여 봐도 좋겠지요. 이처럼 다양한 미식과 정감 어린 거리문화가 살아 있는 음식문화거리야말로, 서촌이 선사하는 또 하나의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다.

 

 

서촌이라 하면 흔히 경복궁 주변의 전통 한옥과 예술가의 흔적을 떠올리지만, 사실 이 음식문화거리야말로 서촌이 지닌 매력을 더욱 다채롭게 완성해 주는 중요한 축이다. 오랜 세월 동안 마을 주민들과 함께 이어져 온 먹거리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요즘 시대 감각을 반영한 개성 있는 맛집들이 새롭게 들어서면서 음식문화의 폭을 넓히고 있다. 고즈넉한 골목에 불을 밝히는 가게들 사이사이를 거닐다 보면 한식, 양식, 그리고 퓨전요리까지 다양한 식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 참 인상 깊다.

 

이 거리의 의미상징성은 먹는 즐거움 이상의 것을 전한다. 주민들과 여행객이 서로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고, 옛것을 지켜 낼 뿐 아니라 새로운 변화를 환영하며 공존하는 모습이 바로 서촌의 문화 그 자체이니까. 식당마다 묻어나는 소소한 스토리를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하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신선한 식재료가 주는 맛의 기쁨은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서촌마을을 한 바퀴 휘돌아, 정갈한 식당에서 점심 한 끼로 몸과 마음을 든든히 채운 뒤 경복궁 앞으로 내려서는 길. 어느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마치 한 장의 동화 속 장면처럼 낯설면서도 황홀하다. 형형색색 고운 빛깔의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외국인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저마다의 맵시를 뽐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부드럽게 흩날리는 치맛자락, 곱게 비녀를 꽂은 머리 모양에 더해, 두툼한 겨울 외투 대신 화사한 한복 덧옷으로 추위를 달래는 모습은 참 보기 좋다. 대여해 입은 한복이라 할지라도, 그 우수성과 아름다움만큼은 누가 봐도 감탄을 자아낸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입어 온 이 옷은 몸의 선을 한껏 살려 주면서도 색채의 조화와 섬세한 문양으로 사람의 마음까지 우아하게 만들어 준다.

 

▲마지막으로, 서촌나들이를 마치고 경복궁으로 넘어오는 길에 만난 이 환상적인  한복진풍경 은, 여행의 피날레를 더욱 낭만으로 물들여 주었다. 다음에 또 이곳을 찾는다면, 우리도 한복 대여점에서 멋스럽게 갈아입고 선조들의 발자취를 느껴 보는 건 어떨까요? 한복 특유의 우아함과 곡선미가, 겨울 햇살 아래 더욱 찬란히 빛을 발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경복궁과 어우러진 한복 차림은 더욱 특별하다. 궁궐의 웅장한 기와지붕 아래 꽃무늬 저고리와 색동 치마가 어울리는 모습은, 서울을 처음 찾은 외국인관광객들에게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이 되겠다. 그러니 어쩌면,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전통의 숨결과 낭만을 온몸으로 만끽하기 위해, 앞다투어 한복을 대여해 입는 것인지도 모른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날이라 해도, 한복 고름을 여미고 나면 마음 한 켠이 따스해지는 기분이 든다. 소매 끝자락에서부터 곱게 떨어지는 선, 뒷목을 부드럽게 감싸는 깃 하나까지도 정성이 깃든 우리 옷이기에, 그 우아함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빛나고 있다. 경복궁한복체험이야말로 서울여행자들에게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소소한 행복을 선물하는 순간이다.

 

이처럼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서울에서, 한복체험은 단지 외양을 바꾸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그 속에는 조상들의 삶과 지혜, 그리고 아름다움을 체화하여 오늘날까지 이어 온 문화유산의 매력이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하루를 마무리하며 확인해 보니 만 삼천보를 훌쩍 넘겨 걸었더군요. 시카고 친구에게는 오랜만의 한국 방문이, 저에게는 서촌나들이부터 경복궁 산책, 그리고 광화문을 지나 교보문고에 들르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화창한 겨울 햇살 속을 함께 거닐며 느낀 서울의 아름다움과 담백하면서도 풍부한 골목의 스토리를 나눈 순간들이 두고두고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 줄 것만 같았어요.

 

일상에 치여 눈여겨보지 못했던 혹은 새삼스레 낯선 풍경으로 다가온 서촌의 감성—그 속에서 다시 한 번 역사문화, 그리고 우리 삶의 애틋함을 깨달은 하루였습니다. 그렇게 끝내 발걸음으로 찍어 둔 만 삼천보의 흔적이 앞으로도 서로를 이어 주는 추억의 거리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음에 또 서울 구석구석을 함께 걸어 볼 날을 기약하며 오늘의 서울여행 이야기를 여기서 갈무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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