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함께 걸어온 시간이 서른아홉 해가 되었다. 숫자로는 길게 느껴지지만, 돌아보면 한 끼의 식사처럼 따뜻하고 짧게 스쳐간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우리는 소란스럽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을 지닌 공간을 찾았고, 그 선택의 끝에 용산 삼각지의 한우 맛집 풍성집이 있었다.
천천히 숙성된 한우 등심이 불 위에서 고요하게 익어가고, 고기 맛을 정갈하게 감싸는 한우 된장찌개가 식사의 마지막을 채워주었다. 화려하지 않아 더 진솔한 한 상,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나누는 오래된 부부의 웃음과 대화는 어떤 기념 선물보다 깊은 여운을 남겼다. 삼각지의 저녁 공기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함께’라는 단어의 의미를 조용히 음미해본다.




📌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164길 일대
(지번 주소 기준으로는 용산구 삼각지 인근에 위치)
※ 삼각지역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이며, 골목 안쪽에 있어 간판을 보고 찾는 것이 가장 수월합니다.
🚇 위치 & 교통
- 지하철
- 4호선 · 6호선 삼각지역 하차
- 8번 또는 9번 출구에서 도보 약 3~5분
- 버스
- 삼각지역 정류장 하차 후 도보 이동
☎️ 전화번호
- 02-795-2654
(사진 속 간판에 표기된 번호
⏰ 영업시간 (일반적 기준)
- 점심 ~ 저녁 영업
- 브레이크타임 여부 및 마감 시간은
방문 전 전화 문의 추천
🚗 주차
- 전용 주차장은 따로 없으며
인근 공영주차장 또는 노상주차 이용 필요
✨ 이런 분들께 추천
- 삼각지에서 정통 한우 맛집을 찾는 분
-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하고 싶은 부부·가족
- 결혼기념일, 부모님 모시는 날 같은 의미 있는 외식









1. 풍성집 자리에 앉아 숙성한우등심 2인분을 주문하자, 고기를 기다리는 시간마저 의식처럼 차분해지는 풍성집의 기본 상차림이 한 상 한 상 자리를 잡는다. 가장 먼저 싱그러운 쌈채소가 그릇 가득 오르고, 윤기 도는 생마늘이 곁을 지킨다. 불판 위에는 한 덩이의 라드기름이 고요히 놓여, 곧 시작될 열기의 예고편처럼 은은한 기대를 만든다.
네 가지 기본찬은 과하지 않게, 그러나 빠짐없이 식탁의 균형을 잡아주고, 쌈장과 굵은 소금은 고기의 본질을 해치지 않겠다는 듯 담담히 자리를 지킨다. 셀프로 구워 먹는 방식답게 가위와 집게 두 개가 가지런히 놓이는 순간, 식사는 단순한 ‘먹음’을 넘어 직접 완성하는 시간으로 바뀐다.
불판의 빈 공간, 채소의 초록, 소금의 흰 결, 그리고 곧 달아오를 라드기름의 향까지—풍성집의 상차림은 고기를 기다리는 마음을 천천히 데우며, 오늘의 한 끼를 기억으로 남길 준비를 마친다.



2. 기본 상차림이 자리를 단정히 다져놓은 뒤, 마침내 식탁의 중심을 차지하는 메인 상차림이 모습을 드러낸다. 나무 결이 살아 있는 도마 위로 숙성한우등심 2인분이 펼쳐지고, 고기 위에는 두툼하고 동글하게 썰어낸 커다란 양파 한 장이 얹힌다. 결이 곱게 선홍빛을 띠는 등심의 마블링 사이로, 은근한 단맛을 품은 양파의 흰 결이 겹쳐지며 한 폭의 정물화처럼 고요하다. 곁에는 큼지막한 새송이 버섯이 단단한 자태로 놓이고, 접시 한쪽에는 파채가 넉넉히 담겨 고기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릴 준비를 마쳤다.
라드기름으로 길들여진 불판이 이미 온기를 품은 이 순간, 더 이상 장황한 설명은 필요 없다. 불판 위에 올려지는 순서와 타이밍, 뒤집는 손끝의 리듬까지—이 모든 과정이 식사의 일부가 된다. 풍성집의 메인 상차림은 화려함보다 본질에 집중한다.

3. 고기, 양파, 버섯, 파채가 만들어내는 단순한 조합 속에서, 숙성의 시간과 불의 온도가 만나 깊은 맛으로 완성되는 장면. 이제 남은 건 천천히, 그리고 정성껏 굽는 일뿐이다. 불판 위에서 시작되는 이 풍경은 오늘의 한 끼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할, 가장 확실한 약속처럼 다가온다.
※먹느라 정신이 팔려서 각재료들이 익어가는 사진이 빠졌네요 ㅋㅋ

4. 숙성한우등심으로 충분히 마음까지 배부르게 채운 뒤,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뜨거운 김을 올리며 등장한 한우된장찌개였다. 뚝배기 가장자리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소리만으로도 이 집의 진심이 전해진다. 풍성집의 된장찌개는 자극적인 한 끗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오래 우린 한우 육수의 깊이와 된장의 구수함이 만나, 숟가락을 들 때마다 속이 편안해지는 맛을 선사한다. 첫 입은 담백하고, 두 번째는 고소하며, 마지막에는 은근한 감칠맛이 입안에 오래 남는다.
비주얼 역시 화려함보다 정직함에 가깝다. 연둣빛 채소가 넉넉히 들어가 국물 위를 채우고, 큼직하게 썰린 두부는 모서리까지 단단해 보인다. 사이사이로 보이는 한우 고기 조각은 된장 국물에 스며들어, 씹을수록 고기의 풍미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끓는 동안 부풀어 오르는 채소의 결, 두부 표면에 맺히는 미세한 기포까지—뚝배기 안은 소박하지만 살아 있는 풍경이다.

5. 영양 면에서도 이 한 그릇은 든든하다. 한우로 우린 육수에서 나오는 단백질과 미네랄, 된장의 발효된 깊은 맛이 더해져 속을 편안하게 다독인다. 여기에 애호박, 두부, 각종 채소가 어우러져 고기 식사 후 부담을 말끔히 씻어내듯 균형을 맞춘다. 마치 “잘 먹었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끌어내기 위한 마지막 배려처럼 느껴진다.
재료 하나하나도 과하지 않다. 된장의 본맛을 중심으로 한우, 두부, 채소가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나란히 서 있다. 그래서일까, 이 된장찌개는 메인이 아니라 완벽한 마무리다. 고기의 여운을 정리해 주고, 식사의 끝을 따뜻하게 봉인하는 한 그릇. 풍성집에 왔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기만큼이나 기억에 남는, 조용하지만 확실한 강추 메뉴다.

6. 용산 삼각지의 골목을 따라 걷다 만난 풍성집에서의 저녁은, 그저 한 끼의 식사가 아니라 시간을 되돌아보는 순간에 가까웠다. 숙성한우등심을 굽는 불판 앞에서 나눈 짧은 대화들, 익숙한 손놀림으로 고기를 뒤집으며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웃음, 그리고 마지막 한우된장찌개로 따뜻하게 마무리한 순간까지—모든 장면이 조용히 마음에 남았다.
결혼 39주년이라는 숫자는 특별하지만, 그 의미는 거창한 이벤트보다 이런 평범하고 단단한 저녁 속에서 더 또렷해진다. 화려하지 않아도 정직한 맛, 과하지 않아도 충분한 상차림, 그리고 함께라는 이유만으로 완성되는 시간. 풍성집은 그런 하루를 차분하게 받아 안아 주는 공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서며 다시 바라본 간판과 골목의 공기는, 오늘을 오래 기억하라고 말하는 듯했다. 앞으로의 기념일에도,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다시 찾고 싶은 곳. 용산 삼각지에서의 결혼기념일 특별외식, 그 끝은 이렇게 잔잔하고 따뜻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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