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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나의 사찰여행

전북 부안 내소사 사찰여행, 절집 구경 왔다가 감탄이 수행이 되어버린 날.

by 홍나와 떼굴이 2026.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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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는 입구에서부터 분위기가 남다른 절이었습니다. 보통 사찰 여행이라고 하면 고즈넉하고 차분한 풍경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이곳은 거기에 계절이 한 스푼, 꽃이 두 스푼, 감탄이 다섯 바가지쯤 더해진 느낌이었달까요. 전나무숲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들어서는 순간부터 마음은 이미 반쯤 정리되었고, 눈은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대웅보전의 묵직한 존재감, 극락보전의 단정한 아름다움, 지장전 앞을 지키는 수호신의 강렬한 표정, 범종각과 동종이 품고 있는 불교적 상징, 그리고 경내 곳곳에 서 있는 오래된 나무들까지, 내소사는 “여기 좀 천천히 보세요” 하고 말없이 붙잡는 곳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내소사 방문이 더 특별했던 건, 절집의 고요함 한가운데서 봄이 제대로 만개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천년의 시간을 견딘 듯한 공간에 왕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300년을 버틴 보리수나무와 푸르게 살아나는 나무들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편의 풍경화 같았습니다. 조사당까지 돌계단을 따라 한참 올라가 숨은 조금 찼지만, 올라간 사람만 볼 수 있는 경내의 풍경은 그 수고를 단번에 잊게 만들더군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다리는 살짝 힘들었는데 마음은 아주 호강했습니다.

 

그리고 내소사는 그저 “보는 절”이 아니라, “머무르게 되는 절”이었습니다. 대웅보전 안에서 스님의 염불 소리가 흐르고, 부처님 아래에는 쌀공양이 차곡차곡 쌓여 있고, 마당을 지나며 만난 석탑과 장독대, 오래된 기와와 단청, 그리고 사람들의 정성까지 모두 한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곳을 걷다 보면 관광지에 왔다기보다,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흐르는 곳에 초대받은 기분이 듭니다. 덕분에 사진은 열심히 찍었지만, 정작 가장 오래 남는 건 사진보다 그날의 공기와 햇살, 그리고 괜히 마음이 편안해지던 그 분위기였습니다.

 

이번 내소사 사찰여행은 예쁜 풍경을 보는 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꽃 아래서 인생컷도 남기고, 전나무숲길에서는 괜히 걸음이 느려졌고, 지장전 앞 수호신 옆에서는 웃음도 났고, 조사당에 올라서는 작게 뿌듯함도 생겼습니다. 그러니 이곳은 단순히 “부안의 유명한 절”이라고만 적기엔 조금 아쉬운 곳입니다. 내소사는 봄날의 꽃길과 천년 절집의 시간, 그리고 사람 마음을 잠시 쉬게 해주는 고요함이 함께 있는 곳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풍경도 좋고 의미도 깊고 사진도 잘 나오는, 아주 반칙 같은 사찰이었어요.

▲능가산 내소사 입구: 내소사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마음이 먼저 입장함. 이 문 앞에서 괜히 자세도 공손해지고 표정도 맑아지더라고요.
▲내소사 가는 길, 벌써 마음부터 삼림욕 중. 전나무숲길 들어서는 순간, 도시 스트레스는 출입금지.
▲내소사 대웅보전에서는 카메라보다 마음이 먼저 집중하게 된다. 관광객 모드로 들어왔다가, 잠시 마음수양 모드로 전환 완료.
▲ 고요한 법당 안, 시간도 숨소리만큼 천천히 흐른다. 스님의 염불 소리에 마음속 먼지도 조용히 내려앉는 순간.
▲내소사는 입장부터 사람 마음을 편하게 해줬습니다.
▲내소사 입구에서 제일 먼저 받은 선물, 무료입장 소식.

 

1. 능가산 내소사 입구에 도착해 입장권부터 끊어야 하나 싶어 매표소 쪽으로 갔는데, 뜻밖에도 불교문화재 관람료가 무료라는 안내문이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순간 괜히 복권이라도 당첨된 기분이 들더라고요.

 

덕분에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고, 주머니도 지켜낸 채 바로 내소사 안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습니다. 여행지에서 이런 반가운 소식은, 말 그대로 입구부터 기분 좋은 선물 같았습니다.

▲내소사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마음은 이미 입장 완료.
▲전나무길 걷다가 벚꽃길 만나니 기분도 자동 개화.
▲숲길 한 번, 벚꽃길 한 번, 봄이 아주 순서대로 몰아칩니다.



2. 내소사 일주문 안으로 한 걸음 들어서는 순간, 본격적인 사찰 탐방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마음이 먼저 반해버렸습니다. 쭉 뻗은 전나무숲길은 공기를 한층 맑게 만들어주고, 그 뒤를 이어 활짝 핀 벚꽃길은 분위기를 또 한 번 환하게 바꿔주더라고요. 아직 내소사 경내에도 들어가기 전인데, 길부터 이렇게 예쁘면 반칙 아닌가 싶었습니다.


걷는 내내 발걸음은 가벼워지고, 기분은 슬쩍 들뜨고, 마음은 어느새 봄한테 완전히 설득당한 느낌이었어요. 내소사는 입장 전부터 사람 기분을 좋게 만드는 데 꽤 진심인 곳이었습니다.

▲절의 본격 시작은 천왕문부터, 긴장도 예의도 여기서 ON. 여긴 그냥 문이 아니라, 번뇌 반입 금지 구역입니다.
▲사천왕 표정은 무섭지만, 마음은 곱게 들어오라는 뜻이래요. 숲길이 힐링 담당이라면, 천왕문은 마음가짐 담당입니다.

 

3. 천왕문은 절에 들어서며 마주하는 첫 번째 ‘마음 점검소’ 같은 곳입니다. 전나무숲길과 벚꽃길이 방문객의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준다면, 천왕문은 이제부터는 조금 더 경건한 마음으로 안으로 들어가 보라고 조용히 알려주는 문이지요. 불교에서 천왕문은 사방을 지키는 사천왕이 머무는 곳으로, 나쁜 기운과 번뇌는 막고 선한 마음으로 법당에 들어가도록 돕는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한 손에는 칼을 들고, 한 손에는 비파나 용, 탑 같은 상징물을 든 모습은 무섭기만 한 것이 아니라 세상의 질서와 불법을 지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요. 그래서 천왕문 앞에 서면 “여긴 그냥 지나가는 문이 아니라, 마음가짐도 함께 갈아입는 자리구나” 싶어집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천왕문은 절의 보안팀이자 정신적 안내데스크이고, 사천왕은 표정은 엄하지만 속뜻은 다정한 절의 첫 인사라고 보면 딱 맞습니다.

▲천 년 세월 앞에서는 나도 자동으로 공손 모드.
▼이 나무, 그냥 고목이 아니라 내소사의 든든한 천년 수호신.
▲소원은 걸어두고, 마음은 가볍게 내려놓고. 바람이 불 때마다 소원도 살짝 흔들리며 올라갑니다.

 

4. 천왕문을 지나 내소사 안으로 조금 더 들어서자, 수령 약 천 년의 군나무가 마치 이 절을 오래전부터 묵묵히 지켜온 수호신처럼 우뚝 서 있었습니다. 굽이굽이 뻗은 가지와 묵직한 줄기는 세월을 버틴 힘 그 자체였고, 그 앞에 서 있으니 괜히 사람 마음도 자세를 고쳐 앉게 되더라고요. 이런 천년 고목은 절에서는 대개 생명력, 보호, 인내, 그리고 오래도록 이어지는 복과 평안을 상징하는 존재로 여겨지는데, 한마디로 “말없는 어른”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나무 둘레에 빼곡히 걸린 장식들은 방문객들이 소원과 기도를 적어 매다는 소원패나 기도목,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며 맑은 소리를 내는 풍경 장식 같은 것으로 보였는데요. 바람이 스칠 때마다 딸랑이며 울리는 그 소리는 소원을 하늘로 슬쩍 전달해 주는 메신저 같아서, 듣고 있으면 괜히 제 소원도 줄 서서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내소사의 군나무는 그냥 오래된 나무가 아니라, 세월과 바람과 사람의 마음까지 함께 품고 서 있는 ‘절집의 천년 경비실장’ 같았습니다.

▲소원도 이렇게 예쁘게 매달리면 더 잘 들릴 것 같은 풍경. 보리수 아래 연등 한가득, 마음에도 불이 환하게 켜졌어요.
▲절 마당에 걸린 건 연등인데, 사실은 다들 소망 한 꾸러미. 바람은 지나가고, 소원은 남고, 풍경은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5. 군나무를 지나 조금 더 오르자, 이번에는 수령 300년이 넘는 보리수나무가 묵직한 존재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 위로는 형형색색의 연등이 촘촘히 걸려 있었는데, 바람이 스칠 때마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이 꼭 하늘에 띄운 소원들이 가볍게 숨 쉬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불교에서 연등은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밝히는 등불이자, 어두운 마음을 비추고 복과 평안을 기원하는 상징인데요. 한 사람 한 사람의 바람이 달린 그 작은 불빛들이 모여 절 마당을 환하게 채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소원도 혼자보다 같이 걸어두면 더 든든한가 싶었습니다.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흔들리는 연등 풍경은 참 고요한데도 이상하게 마음을 환하게 만들어서, 저도 모르게 속으로 소원 하나쯤 슬쩍 추가하게 되는 순간이었어요.

▲연화루 아래에 서니 마음도 잠시 연꽃 모드. 현판은 짧은데 뜻은 깊고, 풍경은 더 깊었습니다.

 

6. 불교에서 연꽃은 진흙 속에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피어나는 꽃이라, 청정함·깨달음·자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존재인데요. 그래서 이 누마루 이름도 단순히 예쁜 작명이라기보다, 이곳을 드나드는 이들의 마음도 연꽃처럼 맑아지길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보면 참 잘 어울립니다. 아래에 연등이 가득 달린 풍경까지 더해지니, 이름은 연화루인데 분위기는 거의 ‘마음 정리 무료 서비스 센터’ 같아서 괜히 발걸음도 조용해지더라고요.

▲말수는 적어도 존재감은 만렙, 내소사 삼층석탑. 단정하게 쌓인 시간, 내소사 마당의 중심.

 

 

7. 이번에는 화려함 대신 단정한 존재감으로 시선을 붙드는 내소사 삼층석탑이 우뚝 서 있었습니다. 처음엔 조용히 서 있는 듯한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절에서는 말 많은 것보다 이렇게 묵직한 분위기가 최고”라고 직접 보여주는 느낌이더라고요. 군더더기 없이 반듯하게 쌓인 모습은 소박한데도 품위가 있었고, 오래된 대웅보전과 나란히 서 있으니 마치 절집의 시간을 묵묵히 지켜온 든든한 기록자 같았습니다.


화려하게 눈길을 끄는 타입은 아니지만, 볼수록 은근히 깊은 멋이 살아나는 풍경이라 내소사 마당의 분위기를 한층 더 고요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었어요. 한마디로 말하면, 이곳의 삼층석탑은 “조용한데 존재감은 확실한 사람” 같은 매력으로 오래 기억에 남는 풍경이었습니다.

▲ 한 번 울리면 마음까지 정리되는 내소사 동종. 묵직하게 서 있지만 가장 멀리 퍼지는 존재감. 절집의 시간은 종소리로 흐른다더니, 괜히 맞는 말.

 

8. 대웅보전이 바라보이는 자리 왼편에는 부안 내소사 동종이 묵직한 존재감으로 서 있었습니다. 절에서는 이 종이 단순히 시간을 알리는 도구가 아니라, 예불의 시작을 알리고 마음을 한곳으로 모으게 하는 소리의 상징이라고 하지요.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는 번잡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게 하고, 절집 안팎에 고요함과 경건함을 퍼뜨리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인지 내소사 동종은 눈으로 보는 문화재이면서도, 동시에 마음으로 듣는 풍경 같았습니다. 화려하게 말하지 않아도 깊게 남는 존재, 절에서는 역시 소리마저 수행이 되는구나 싶어 괜히 마음 자세부터 조용히 고쳐 앉게 되더라고요.

▲범종각, 마음까지 울리는 절집의 스피커. 보는 순간 조용해지고, 울리면 더 조용해지는 곳. 여긴 시끄럽게 깨우는 알람 말고, 고요하게 깨우는 알람.

 

9. 대웅전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고즈넉하게 자리한 범종각(梵鐘閣) 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름 그대로 절의 큰 종을 모셔 둔 곳인데, 불교에서 범종은 단순히 시간을 알리는 종이 아니라 번뇌를 깨우고 마음을 맑게 하는 소리의 상징이라고 하지요. 예불 전후로 울려 퍼지는 종소리는 절 안 사람들에게는 수행의 시작을 알리고, 밖에 있는 이들에게는 잠시라도 마음을 가다듬으라는 조용한 초대장처럼 들립니다.

 

그래서 범종각은 그냥 “종 있는 곳”이 아니라, 생각보다 훨씬 깊은 의미를 품은 공간이더라고요. 한마디로 절집의 알람인데, 이 알람은 잠을 깨우는 게 아니라 마음부터 깨우는 고급 기능이 있었습니다.

▲내소사 현판 한 장에, 마음 자세도 자동 정렬. 산은 뒤에서 받쳐주고, 현판은 앞에서 분위기 잡아주고. 절집의 이름은 짧은데, 여운은 꽤 길다.

 

 

10. 내소사 경내를 걷다가 이 건물을 마주하니, 처마선 너머로 보이는 산세까지 한 장면처럼 겹쳐져 분위기가 참 근사했습니다. 현판에 적힌 내소사(來蘇寺) 라는 글자는 절의 이름이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단순한 명칭이라기보다 이 공간의 정체성을 또렷하게 알려주는 한마디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불교에서 이런 현판은 단순한 간판이 아니라, 이곳이 수행과 예경, 머무름과 비움이 이루어지는 자리임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건물 하나를 보더라도 “여기가 절이구나”가 아니라, “여기서는 마음도 신발처럼 한번 가지런히 벗어두고 들어가야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내소사의 현판은 건물 이름표이면서도, 방문객 마음가짐까지 슬쩍 정리해주는 조용한 안내문 같았어요.

▲대웅보전 앞에서는 마음도 자동으로 정숙 모드.
▲화려한 법당보다 더 깊었던 건 그 안의 고요함.
▲쌀공양 한 줌에도 정성이 한가득 담긴 풍경.
▲스님의 염불 소리에, 복잡한 생각이 잠깐 로그아웃. 여기선 사진도 찍고, 마음도 같이 정리된다.

 

11. 내소사 경내의 중심인 대웅보전에 다다르니, 화려하기보다 깊고 묵직한 분위기가 먼저 마음을 붙잡았습니다. 부처님을 모신 법당 아래에서는 스님의 염불 소리가 조용히 공간을 채우고, 한쪽에서는 불자들이 쌀공양을 올리며 저마다의 바람과 정성을 담고 있었는데요. 그 풍경을 보고 있자니, 이곳은 단순히 ‘보는 절’이 아니라 마음을 잠깐 내려놓고 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광객의 발걸음도 여기서는 괜히 조금 느려지고, 말소리도 자연스럽게 낮아지더라고요. 한마디로 내소사 대웅보전은 눈으로 먼저 감탄하고, 마음으로 한 번 더 조용해지는 곳이었습니다.

▲여긴 풍경도 고요한데, 이름은 더 다정하다. 극락보전. 이름부터 평온한 곳, 극락보전 앞에서 마음도 잠시 쉬어갑니다.

 

12. 대웅보전 옆으로 시선을 돌리면, 이름부터 마음을 살짝 달래주는 극락보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불교에서 극락보전은 아미타불을 모신 법당으로, 고통과 번뇌를 건너 평안과 자비가 머무는 서방정토를 상징하는 공간인데요. 그래서인지 이곳은 대웅보전의 장중함과는 또 다른, 조금 더 포근하고 다정한 분위기로 다가왔습니다.

 

한마디로 마음이 복잡한 날에는 “잠깐 여기 와서 쉬어가라” 하고 조용히 말해주는 느낌이랄까요. 절집 안에서도 유난히 편안한 기운이 감도는 이유가, 이름 그대로 ‘극락’을 향한 바람이 담겨 있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꽃잎 떨어지기 전, 인생컷도 간신히 탑승 완료. 벚나무 아래 앉았을 뿐인데 기분이 만개했다. 오늘의 행운 지수는 왕벚꽃 아래서 최고치.
▲벚꽃 타이밍, 오늘은 제가 좀 잘 맞췄습니다. 극락보전 옆 왕벚꽃, 이건 거의 봄의 특등석.

 

13. 극락보전 옆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이번에는 아주 오래된 수령의 왕벚꽃나무가 환하게 만개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름은 극락보전인데, 옆 풍경까지 이렇게 아름다우면 여긴 거의 봄날의 천국 아닌가 싶더라고요. 꽃잎이 다 흩날리기 전에 이 장면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괜히 복권 한 장 당첨된 기분이 들었고요. 그래서 저도 얼른 벚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봄이 허락한 인생컷 한 장 슬쩍 남겨보았습니다. 벚꽃은 잠깐 피어 더 예쁘고, 그 잠깐을 만난 우리는 그래서 더 운이 좋은 사람들 같았습니다.

▲벚꽃 위로는 봄, 그 위로는 지장전의 자비. 화사한 풍경 뒤에 이렇게 든든한 마음 한 채.
▲수호신 표정 보니, 잡생각은 입구에서 반납해야 할 듯.
▲지장전 앞에서는 마음도 자동으로 정리정돈 완료.

 

14. 왕벚나무의 화사한 봄빛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이번에는 지장전이 조용하고 단단한 분위기로 맞아주고 있었습니다. 벚꽃이 봄의 환한 인사라면, 지장전은 마음 깊은 곳을 천천히 다독여 주는 공간 같았어요. 불교에서 지장전은 지장보살을 모신 전각으로, 고통받는 중생을 끝까지 보살피고 어두운 길에서도 길을 잃지 않게 이끌어 주는 자비의 상징이라고 하지요.

 

앞에 서 있는 수호신들까지 보니, 여긴 그냥 예쁜 절이 아니라 마음이 함부로 흐트러지지 않게 지켜주는 ‘정신 번쩍 존’ 같아서, 괜히 자세도 한 번 바로 잡게 되더라고요.

▲힘들게 오른 만큼, 고요함도 정상급으로 만났다.
▲조사당 가는 길, 다리는 운동 중이고 마음은 수행 중. 기와 한 장 한 장에 누군가의 소원이 차곡차곡 앉아 있었다. 돌탑은 말이 없는데 존재감은 아주 크게 말씀 중.

 

15. 조사당은 절을 세운 조사(祖師), 즉 큰스님이나 사찰의 법맥을 이은 스승들을 기리는 공간이라서, 대웅보전이 부처님의 중심 무대라면 이곳은 말하자면 절의 기억과 정신을 보관하는 조용한 아카이브 같은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꼭대기에서 만나는 조사당은 화려하게 “짠” 하고 등장하기보다, 묵직하게 “여기까지 잘 올라왔구나” 하고 맞아주는 느낌이 있었어요.

 

마당에 빼곡한 기와불사 기왓장들은 누군가의 바람과 정성이 한 장 한 장 쌓인 풍경이었고, 돌계단 입구의 푸른 나무와 거대한 돌탑은 마치 조사당 가는 길의 든든한 경호원처럼 서 있어 괜히 마음까지 단정해졌습니다.


한마디로, 내소사 조사당은 몸은 돌계단을 오르고 있었지만 마음은 슬그머니 경건 모드로 전환되던 곳이었어요. 숨은 조금 찼지만, 풍경은 아주 꽉 찼달까요.

▲전나무숲길에서는 내가 걷는 건지, 분위기가 걷는 건지.
▲지장전 수호신도 인정한 오늘의 포즈 장인. ㅋㅋ
▲왕벚나무 아래서 봄이랑 슬쩍 친해진 날.
▲나무도 안아보고, 봄도 안아보고, 기분은 이미 만개.
▲39년 함께한 부부, 오늘도 사진 속에서는 신혼 모드.

 

16. 홍여사도 이날만큼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가 아니었다. 지장전 수호신 옆에서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한 컷, 오래된 왕벚나무 아래에서는 봄을 통째로 빌린 사람처럼 한 컷, 전나무숲길에서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또 한 컷. 조사당 올라가는 입구의 나무를 꼭 안고 선 모습마저도 어쩐지 사랑스럽고 다정해서, 풍경이 사람을 품은 건지 사람이 풍경을 완성한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빛났던 순간은 39년을 함께 걸어온 떼굴님과 나란히 남긴 사진이었다. 세월은 흘렀어도 두 사람의 웃음은 여전히 봄날 같았고, 그래서 그날의 사진들은 단순한 인증샷이 아니라 오래 함께 걸어온 시간에 살짝 웃음을 얹은, 참 예쁜 인생컷이 되었다.

▲ 내소사의 마지막 인사는 장독대처럼 구수했다.
▲화려한 봄의 끝에서 만난 가장 소박한 풍경.
▲절집의 마무리는 역시 조용하고도 깊은 맛.
▲벚꽃 보고 감탄했는데, 장독대 보고 또 정들었다.
▲내소사 한 바퀴 돌았더니 마음에도 숙성이 시작됐다.

 

17. 내소사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조사당까지 천천히 올랐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오며 돌아본 풍경은, 말 그대로 ‘눈이 호강한 하루’ 그 자체였습니다. 대웅보전의 묵직한 중심감도 좋았고, 지장전의 깊고 조용한 분위기도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극락보전은 이름처럼 한층 부드럽고 편안한 기운을 품고 있었고, 동종과 범종각은 소리를 내지 않고도 절의 시간을 지키는 존재처럼 느껴졌습니다. 연화루를 지나며 올려다본 풍경은 참 단정했고, 천년 수령의 느티나무와 300년 된 보리수나무는 “세월은 이렇게 견디는 거야” 하고 조용히 알려주는 듯했습니다. 거기에 만개한 왕벚나무까지 더해지니, 이곳은 사찰인지 봄이 차려 놓은 전시장인지 잠시 헷갈릴 정도였지요.

 

그렇게 오래된 나무와 전각들, 고요한 마당과 돌계단, 연등과 벚꽃까지 마음 한가득 담고 내소사 경내를 빠져나오는데,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건 스님들이 정성껏 담가두신 장독대였습니다. 화려한 풍경으로 시작해 장독대의 소박한 풍경으로 마무리되는 이 동선이 참 내소사답다고 느껴졌습니다. 절집의 아름다움이 꼭 거창한 문화재에만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오래된 나무 한 그루, 햇살 한 조각, 장독대에 내려앉은 조용한 일상에도 그 절의 결이 그대로 배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소사는 보고 오는 곳이라기보다, 천천히 걷고 오래 기억하게 되는 곳에 더 가까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도 자꾸만 생각났거든요. 아, 오늘은 마음도 벚꽃처럼 한번 환하게 폈구나 하고요. 그러니 내소사는 결국 절 한 바퀴가 아니라, 내 마음 한 바퀴를 잘 돌고 나온 날이었다고 써두는 게 맞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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