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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나의 공연,전시,축제

뮤지컬: <광주> 관람!

by 홍나와 떼굴이 2020.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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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통한 서사' 작은 빛이 큰 횃불이 되는 작품. 뮤지컬 '광주'

"우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

 

공연장에 들어서면 관객은 커다란 '광주'라는 글씨를 보게 되는데 공연이 시작되기 전 관객들은 '광주'라는 단어만으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밀려온다. 곧이어 공연이 시작되면 관악기에 의한 '임을 위한 행진곡'의 멜로디가 흘러나오는데 이후

현과 오케스트라 화려한 편곡이 이어지며 공연이 시작된다.

 

뮤지컬 <광주>는 당시 군부가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변질시키려는 목적으로 시민들 사이에 비밀스럽게 잠입시킨 첩소부대 '편의대'를 등장시키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렇게 편의대에 소속된 군인 박한수가 5,18민주화운동 기간 동안

무고한 시민들이 겪는 참상을 목도한 후 박한수의 시선으로 광주시민을 바라보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닌 제3의 시선을

통해 작품을 바라보게 된다.

 

<출처: 위드인 뉴스 김영식>

 

"각하께서 말씀하셨다"
"분쇄해야 한다. 각하를 위하여"

 

차가운 파란색 조명이 비치며 '편의대'가 등장한다. 이들은 상부의 명령에 죽고 사는 투철한 군인정신을 가진 이들로 전역을 앞둔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광주로 향한다. 이들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충정봉'이라는 몽둥이.

 

"광주를 붉게 물들여라"
"우리는 그냥 명령 따라 살면 돼!"

 

[증언] "나는 데모한 대학생 골라내는 '편의대'였다" - 오마이뉴스 인터뷰

 

무대 위 흑백의 건물들과 조명

 

뮤지컬 <광주>는 80년대 흑백 TV를 바라보는 것 같은 백색과 회색을 조명으로 표현하는데 공연 초반 '레퀴엠'과 같은 단조풍의 넘버도 맥락을 같이한다.

 

'편의대'를 표현하는 차가운 파란색과 물론 특정 장면에는 오색조명을 사용하긴 하지만 공연의 시대적인 주요한 장면을 표현할 때는 대체로 의도적인 '흑백'으로 진행한다. 엔딩 장면으로 갈수록 이 흑백의 조명은 전일빌딩의 모습을 만드는 등 더욱 강렬하게 시민군의 모습을 비추게 된다.

 

"뭔 일이냐고 이게"
"저 새끼들 모종의 시나리오가 있다니까"

 

"독재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살아 남아 알려야 해 진실을"

주인공 없는 뮤지컬 그리고 배우 민영기의 '윤이건'

 

뮤지컬 <광주>는 작은 빛이 하나하나 모여 커다란 횃불이 되는 작품이다. 대극장 주연급 배우들이 이 창작 뮤지컬의 주요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어 '누가 누가 주인공이다'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야기 진행을 살펴보면 이 작품 속에는 작품을 이끌어가는 '이 사람이 주인공이다'라고 말할 만한 사람이 없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캐릭터들이 각각의 역할을 통해 작품이 전하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이 작품에 출연하는 모두가 주연배우가 되는 형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출의 의도가 역사 속의 '광주 시민'들이 모두 위대했다는 것을 표현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뮤지컬 <광주>의 '윤이건'에는 배우 민영기와 김찬호가 캐스팅되었다. 두 사람 모두 노래 잘하기로 소문난 배우이기 때문에 어느 배우를 선택한다 해도 관객들은 높은 수준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기자가 관람한 회차에서는 배우 민영기의 

'윤이건'을 볼 수 있었는데 그동안 그가 연기했던 <웃는 남자>, <마리 앙투아네트>, <안나 카레니나> 등의 캐릭터보다 뮤지컬

<광주> 속의 '윤이건'을 통해 배우 민영기가 가진 배우로서의 매력이 더욱 돋보이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뮤지컬이지만 연극적인 표현이 많은 고선웅 연출의 방식대로 이 작품에서 '윤이건'은 많은 대사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과

감성적인 넘버와 넘버의 음역대를 볼 때 배우 민영기만이 할 수 있는 애절한 보컬이 돋보인다. 뮤지컬 <광주>속의 민영기는

그의 팬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연기를 보여주니 티켓팅에 신경 쓰셔야 할 것 같다.

시선을 통하 서사 그리고 조금은 아쉬운 연결성

 

코로나 19 기간 동안 올라가는 모든 공연은 참 힘들게 올라간다. 대본 연습과 함께 배우들과 합을 맞추는 동안에도 마스크를 쓰고 연습을 해야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서는 지금 전체 인원이 모이지도 못하는 것이 반복되기도 한다. 초연작이면 더 많은 '런'(대본을 암기하고 모든 배우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실제 공연하듯 연습하는 것)을 돌아야 하는데 절대적 시간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뮤지컬 <광주> 역시 연습 중에 이런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각 장면의 완성도는 높지만 전체적으로 연결에 대한 아쉬운 면이 있고 중간중간 고선웅 연출식의 해학을 보여주며 각 포인트 장면을 넣긴 했지만 넘버의 톤과 이야기의 전개가 자연스럽지 않고 끊어지는 순간들이 있다. 또한, 박한수의 회심에 대한 개연성을 조금 더 부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쩌면 시간만 있었으면 모두 해결되었거나 해결되었을 문제라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더하다. 공연 특성상 기자가 관람한 회차에서 더욱 개선되었을지 모를 일이기도 하다

 

"가자 동지여 어깨를 걸고.."

40년 전 광주에는 국가가 시민들을 향해 총부리를 들이대고 실탄 발포를 했던 상황이 있었다. 서울을 비롯해 인근 도시에서는 그 사실을 몰랐고 언론에서는 '광주사태'라는 이름으로 역사에서 매도당하기까지 했다.

 

2020년의 뮤지컬 <광주>는 비교적 최근 밝혀진 헬기 기총사격에 대한 전일빌딩 이야기도 담고 있는 등 최신 정보로 업데이트된 '광주 민주화운동'을 담은 뮤지컬이다. 초반 단조풍의 넘버에 당황할 수 있지만 엔딩 장면까지 관람하다 보면 관객의 가슴은 뛰게 될 것이고 무대 위 배우들의 열정에 감동할지 모르겠다.

 

물론, 그동안 '광주 민주화 운동'은 피해자 시선을 통해 본 '가해자'의 가학성 혹은 폭력에 맞춰진 작품들이 많았다면 이 작품은 기존 사용하던 표현법과 다른 방법으로 작품을 풀어가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그 서사가 친절하지 못할 수 있다.

 

또한, 아직은 매끄러운 연결성이라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는 초연작이지만 다음날 죽음을 직감하면서도 자리를 뜨지 못했던

광주의 시민들의 모습을 무대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고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글: 위드인 뉴스 김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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