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나면 밥을 사 먹어야 한다. 사 먹을 음식의 종류가 너무 많은데 새로운 음식 개발은 끝이 없다. 하지만 나는 한적한 골목의 백반(白飯) 집을 좋아한다. 건강식이기 때문이다. 집에서 먹는 밥과 유사하다는 뜻으로 ‘가정식 백반’이라 써 붙인 상호를 보면 반갑기부터 하다.
백반은 고향의 맛이다. 허브와 향신료의 유혹을 골고루 경험하고 온갖 이국적 프레젠테이션을 섭렵한 뒤에도 우리는 기교 없고 단순한 가정식 백반을 또 그리워한다. 좋은 재료의 비싼 음식은 처음 먹을 때는 시각을 자극하는 화려함과 혀끝에서 감도는 맛에 혼이 다 빠져버리지만 몇 번 먹으면 쉽게 질려버린다.
가정식 백반은 아무리 먹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수천 년부터 먹어오던 맛의 DNA가 유전인자로 내 몸속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백반은 집 밥이다. 집 밥에는 그리운 목소리가 있다. 어릴 적 어두워질 무렵 친구들과 노느라 정신 팔려 있을 때 “아무개야 밥 먹으러 들어와라~” 하는 어머니 목소리가 들린다.
전남 무안에서 뮤지컬 '셰프' 공연 마치고 신안군 하의도, 옥도 들렀다 돌아오는 길에 전북 고창 서흥식당에서 백반으로 점심을 먹었다 하루 전 포스팅했던 '전남 신안 하의도'의 백반메뉴와 '전북 고창' 백반메뉴의 상차림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면서 보는것도 흥미있을듯...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고창읍 동리로 63-26
▶지번: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고창읍 읍내리 324-5
▶전화번호: 063-561-1125
▶영업시간: 21:00 영업 종료
1. 담벼락 밑 장독대 풍경은 그 자체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 장독에는 수십 년간 내려오는 조리법으로 담근 장류가 가득하다. 서흥식당의 요리에 깊이와 풍미를 더하는 살아있는 조미료처럼, 고창의 토양과 자연의 정수를 식탁 위로 옮겨 놓은 듯하다. 장독대를 바라보는 순간, 고창의 자연과 함께 전해지는 맛의 유산을 느낄 수 있다.
2. 고창 서흥식당의 백반 상차림은 한국의 온화한 가을을 닮은 식사였다. 10여 가지의 다양한 계절 반찬들이 그릇을 채우며, 각각의 맛이 조화로운 심포니를 연주한다. 고창의 풍요로운 자연과 농토에서 자란 식재료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으로 고향의 따스함을 품은 채 정성으로 모든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3. 10여 가지의 곁들이찬으로 나온 무생채, 잔멸치볶음, 파래무침, 가지나물, 숙주나물, 계란말이, 조개젓, 더덕생채, 참나물, 배추김치 등도 다채롭고 풍성하다.
4. 은은하게 입안을 감도는 청국장의 깊은 풍미는 영혼을 달래주는 듯하며, 집에서 먹는 듯한 편안함과 식당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 공존한다. 한국 전통의 맛과 조리법을 그대로 전달하며, 고향의 따뜻한 추억을 소환하듯 심신을 위로한다.
5. 백반 상차림에 등장한 손바닥만큼이나 큰 조기구이 두 마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황금빛 튀김옷을 입은 조기는 바삭바삭하고 구수한 향을 발산하며 식욕을 자극했다.
6. 10여가지의 기본찬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반찬은 조개젓(바지락젓)은 그 맛이 매혹적이다. 각 반찬을 탐색하는 여정 속에서 이 조개젓은 고창의 자연을 한층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매개체가 되며, 한국의 갯벌에서 나는 최상의 바지락으로 만들어진 이 진미를 맛보는 것만으로도 고창을 방문한 가치가 있음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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