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공기가 옷깃 사이로 파고들던 어느 겨울날, 이제 곧 미국으로 돌아갈 친구와 함께 만보걷기를 마치고 나니 제법 출출해졌다. 마침 도착한 용산역 주변에서 잠시 눈길을 돌려보니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과 함께 다양한 맛집이 즐비하게 펼쳐져 있었다. 처음엔 이마트용산점 지하 푸드코트를 찾아가 보았지만, 친구의 입맛에는 조금 아쉬웠는지 선뜻 끌리는 메뉴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음 행선지로 아이파크몰 5층 식당가를 둘러보던 중 반짝이는 눈으로 친구가 발견한 것은 바로 매드포갈릭의 풀코스매드런치코스! 서로 바라보며 “바로 여기가 오늘의 선택이구나” 하고 자리 잡는 순간, 왠지 가슴 한 켠이 설레는 듯했다. 20여 년 만에 한국을 찾은 친구가 무엇이든 새롭게 체험해보고 싶다 하기에 선택 역시 전적으로 그에게 맡겨 보기로 했지요. 그렇게 이탈리안레스토랑 매드포갈릭에서 친구는 크리미한 까르보나라, 저는 바삭한 텐더샐러드를 나눠 먹으며 서로의 오랜 이야기부터 이번 여행의 아쉬움까지 한가득 곁들여 즐긴 시간이 참 낭만적으로 흘러갔습니다. 이제부터 이 맛있고 따뜻했던 순간들을 함께 나누어 볼까요?
▶주소: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23길
용산아이파크몰 TASTE PARK 5층
▶지번: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40-999
▶전화번호: 02-2012-0526
▶영업시간: 오전 11:00영업시작
11:00 - 22:00
▶라스트오더: 21:00
▲홀풍경
▶풀코스 매드 런치 코스 순서◀
1. 식전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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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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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메인메뉴
↘
4. 에이드
↙
5. 커피/차(택 1)
이런 매뉴얼로 나온다.
▶풀코스 매드 런치 코스 나오는 순서◀
1. 식전빵
↘
2. 수프
↙
3. 메인메뉴
↘
4. 에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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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커피/차(택 1)
토글 사이로 은은한 빛이 스며드는 테이블 위에 매드포갈릭의 런치코스 시작을 알리듯 살포시 놓인 식전빵이 시선을 붙잡는다. 촉촉함을 머금은 반질반질한 빵 표면에서부터, 벌써 입안 가득 고소한 풍미가 퍼져오는 듯했다. 한입 베어 물면 겉은 부드럽게 갈라지고 속은 포근하게 차오르는 빵결이 기분 좋은 놀라움을 안겨준다.
함께 곁들여 나온 버터소스 또한 이 순간을 더없이 황홀하게 만들어 준다. 부드러운 크림색 속에 살짝 더해진 허브와 감칠맛이, 빵 한 조각을 더욱 풍성하게 감싼다. 살짝 스쳐가는 버터의 고소함 뒤로 솔솔 올라오는 허브의 향이 마치 작은 축제처럼 느껴져 친구와 마주 앉아 나누는 대화 속에 은은한 낭만이 번져갔다.
고소한 빵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따뜻한 머쉬룸수프가 테이블 위에 사뿐 내려앉았다. 크리미한 베이스 속에서 부드럽게 녹아든 버섯의 향이 코끝을 살며시 간질이며 마음속까지 포근하게 감싸준다. 숟가락으로 한 입 떠넣는 순간, 농후한 크림과 은은하게 퍼지는 버섯향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깊고 묵직한 풍미를 준다.
눈길을 사로잡는 비주얼도 빼놓을 수 없다. 적당히 걸쭉하면서도 결이 고운 수프 위에 소소하게 뿌려진 파슬리 가루가 마치 작은 꽃가루처럼 흩날려 음식을 더욱 아름답게 빛내준다.
칼칼한 해장수프가 테이블에 내려앉는 순간, 노을빛을 닮은 붉은 국물 속에 담긴 매콤함이 살짝 긴장감을 만들어 준다. 은은하게 올라오는 양념 향이 입맛을 돋우는 동시에 마치 작은 불꽃이 튀듯 가슴 한켠에서 설렘이 피어오른다. 숟가락을 살포시 담그면 칼칼하면서도 시원하게 넘어가는 국물 맛이 먼저 반겨 주고, 뒤이어 끈적임 없이 개운한 뒷맛이 남아 빠르게 깨어나는 기분이 든다.
비주얼 역시 매력적이다. 불그스름한 수프 위에 흩뿌려진 파슬리 가루는 마치 초록빛 별가루를 뿌려 놓은 듯, 한층 화사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특히 까르보나라처럼 부드럽고 크리미한 런치메뉴와 함께 즐기면 이 해장수프의 칼칼한 맛이 진한 조화를 이루어 입안을 기분 좋게 자극해 준다.
겉은 바삭하게 튀겨져 골드빛으로 반짝이고, 속은 촉촉한 살코기가 부드럽게 녹아드는 텐더가 푸른 샐러드 위에 가지런히 올려져 있으니, 마치 작은 정원 속에서 황금빛 열매를 발견한 듯한 설렘이 느껴진다. 한입 베어 물면, 바삭하는 소리와 동시에 안쪽에서 전해지는 풍부한 육즙이 기분 좋은 충격을 안겨준다.
여기에 곁들여지는 드레싱 소스 또한 이 텐더샐러드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은은하게 스며드는 고소함과 가볍게 스치는 달콤함이 이뤄내는 밸런스가 튀김 특유의 기름짐을 산뜻하게 잡아주어 마지막 한 입까지 상쾌하게 즐길 수 있다. 재료 곳곳에 보이는 잘 익은 복숭아 조각은 색감을 더해줄 뿐 아니라 씹을 때마다 과육의 달달함이 은근하게 번져나가 사계절 내내 즐기는 작은 낭만을 준다.
노릇하게 볶아진 베이컨 조각이 눈부시게 흩뿌려진 갈릭까르보나라, 접시 위로 부드럽게 퍼져 나오는 크리미함이 마치 작은 파도처럼 식욕을 일으킨다. 포크 끝에 스파게티 면을 살짝 감아 들어 올리면 은근하게 베어드는 마늘 향이 깊은 감칠맛을 선사해 주죠. 혀 끝에서 매끄럽게 흘러내리는 소스의 농후함은, 고소한 치즈 풍미와 어우러져 입안 가득 황홀경을 안겨 준다.
고소한 치즈 소스가 면을 부드럽게 감싸고, 베이컨이 그 위에서 바삭한 대비를 이루어 한층 먹음직스러운 파스타의 모습이 완성된다. 특히 매드포갈릭 특유의 마늘 풍미가 더해지니 이탈리안 요리에만 있을 것 같은 낯섦이 한국적인 정서와 절묘하게 어울려 별미를 완성한다.
톡 쏘는 상큼함이 매력적인 레몬에이드와 싱그러운 쌉싸래함을 머금은 자몽에이드가 테이블에 함께 놓이는 순간, 마치 두 가지 꽃향이 한데 어우러지는 작은 축제처럼 느껴졌다. 깨끗하고 맑은 얼음 사이사이를 타고 흐르는 과즙이 투명한 잔을 통해 은은하게 비치니 그 비주얼만으로도 갈증이 싹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레몬에이드는 처음 입술에 닿을 때부터 산뜻한 신맛이 톡톡 터지며, 살짝 달큰하게 이어지는 여운이 입맛을 돋워준다. 메인 요리의 풍부한 맛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면서도 여름날 오후의 청량감을 단숨에 느끼게 한다. 한편, 자몽에이드는 특유의 쌉싸름한 향 뒤로 스치는 달콤함이 매력적이다. 은근한 과육의 쓴맛이 오히려 기분 좋은 감칠맛을 완성해 주어 끝까지 마실수록 더욱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진한 커피 향으로 정신을 맑게 깨워 주는 아이스아메리카노와 따뜻한 온기에 부드럽게 스며드는 녹차—두 잔이 나란히 자리 잡은 모습을 바라보면 마치 서로 다른 계절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듯한 낭만이 번져 간다. 아이스아메리카노는 맑은 잔 속에 시원하게 띄운 얼음이 투명하게 빛나 마시는 순간 목 넘김이 한결 상쾌해졌다. 메인 메뉴의 무거움 혹은 느끼함을 단숨에 씻어내듯 씁쓸하면서도 깔끔한 커피 향이 입안을 개운하게 정돈해 준다.
한편, 은은한 색감으로 찰랑이는 녹차는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차분함을 준다. 찻잎이 뿜어내는 은은한 내음과 따뜻한 잔열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복잡했던 하루에도 잔잔한 힐링을 안겨 주었다. 천천히 컵을 들어 한 모금 머금으면 매끄럽게 퍼지는 녹차의 고소한 맛이 입 안 가득 펼쳐져 매 끼니의 마지막을 고급스럽게 마무리해 주었다.
그렇게 모든 코스가 끝나고, 식당 한쪽 벽면에 늘어선 와인저장고를 살짝 둘러보니, 마치 여행의 막바지를 장식하는 풍경처럼 마음 한 켠이 아련하게 물들었다. 부드러운 갈릭까르보나라부터 바삭한 텐더샐러드, 상큼한 에이드와 깔끔하게 마무리해 준 아메리카노와 녹차까지—함께한 모든 순간이 작은 추억이 되어 테이블 위를 반짝였지요.
한국을 떠나기 전에 꼭 특별한 한 끼를 함께하고 싶어 선택했던 매드포갈릭에서의 이탈리안레스토랑 런치코스. 정성 어린 메뉴들과 따뜻한 대화가 어우러지니, 그 어느 고급 레스토랑 못지않게 낭만이 깃든 식사가 되었다. 마지막에 보여준 와인저장고까지 훑어보고 나니 오늘 하루가 더없이 풍성하게 마무리되더군요.
아마 한동안 잊지 못할 즐거운 시간을 선물해 준 이곳, 용산 맛집 매드포갈릭. 가슴 속에 작은 포근함을 안겨주는 이 공간이 당신의 다음 특별한 날에도 은은한 추억으로 자리 잡아 주길 바랍니다. 작은 배려와 감각으로 가득 찬 이 레스토랑을 벗어나며 서로 다른 풍미와 이야기로 채워진 만찬이 우리의 일상에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흔적으로 남을 것만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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