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포근한 주말 아침, 집 안에 머물기엔 너무나도 아쉬운 햇살에 이끌려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용산도서관. 오래된 벽돌 풍경과 아늑한 서가 사이를 거닐다 보니 묘하게도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조용한 도서관 속에서 2시간가량 책을 읽으며 몸의 피로는 사라지고 정신은 한층 맑아졌다.
게다가 1층 구내식당에서 맛본 점심 식사는 가성비가 뛰어나고 든든해 하루를 훨씬 더 알차게 채워주었다. 집에서 빈둥거리기보다 유산소운동도 즐기고, 마음의 양식까지 더할 수 있었던 이 멋진 주말 나들이—용산도서관에서 보낸 소중한 순간들을 지금부터 소개해볼까 합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두텁바위로 160 (04328)
☎ 02-6902-7777
수북하게 올라간 하얀 쌀밥 위로, 매콤 달콤한 양념을 머금은 돼지고기가 먹음직스럽게 펼쳐진 제육덮밥. 바깥세상의 분주함을 잠시 내려놓고, 용산도서관 1층 구내식당에서 만나본 이 한 접시는 비단 허기를 달래주는 것 이상으로 포근한 위안을 안겨주었다.
빨간 양념 속에 녹아든 돼지고기는 부드러운 식감으로 입맛을 돋우고, 곁들여 나온 배추김치와 배추나물이 상큼하고 담백하게 매운맛을 다독여 준다. 여기에 따끈한 어묵국물까지 함께하니, 어느새 몸과 마음이 다정히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학생과 지역주민을 비롯해 누구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가성비 또한 매력 포인트. 도심 한복판에서 이 정도 푸짐한 구성을 맛볼 수 있다니, 살짝 신기하면서도 고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서재 같은 도서관 한편에서 책 한 권에 몰두하고, 식사 시간에는 이렇게 푸짐한 한 끼로 속을 든든히 채우니 한낮의 여유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게 느껴졌다.
촉촉하게 김이 오르는 뚝배기 안에서 뽀글뽀글 끓어오르는 불고기가, 마치 작은 축제처럼 식탁 위를 가득 채운다. 한입 떠먹어 보면, 진한 국물 속에 스며든 단짠의 맛이 부드러운 고기와 어우러져 몸과 마음을 동시에 녹여주죠. 늘 겉돌기만 하는 일상 속에서도 이런 따뜻한 한 끼가 있으면 잠시나마 행복에 젖어들게 된다.
곁들여 나온 세 가지 기본찬—배추김치, 마늘종장아찌, 그리고 아삭한 배추나물—모두 담백하면서도 각기 다른 매력을 자랑한다. 밥 한 공기 듬뿍 뜨고, 뚝배기 불고기에 칼칼한 김치 한 조각을 올려 먹으면,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함과 매콤함이 절묘하게 어울려 이보다 더 든든할 수가 없다. 게다가 당면까지 알차게 들어있어 마지막 한 숟갈을 떴을 때에도 국물이 전혀 싱겁지 않도록 깊은 맛을 지켜준다.
무엇보다 가성비가 참 좋다. 흔히 밖에서 불고기뚝배기를 먹으려면 생각보다 가격이 만만치 않곤 한데 이렇게 알찬 구성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우스갯소리로 “구내식당 최고 레스토랑 설(說)”이 실감 나는 순간이랄까요? 구수한 국물 향이 코끝에 머물며 따뜻함을 전할 때 어느새 도서관에서의 조용한 여유와 함께 평범한 일상이 아름답게 물드는 기분을 만끽하게 된다.
밥알 하나, 국물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싹 비워낸 그 기분이, 마치 맑은 하늘 아래서 마음속 구름 한 점까지 걷어 낸 듯 상쾌했다. 용산도서관의 구내식당에서 맛있는 한 끼를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퇴식구에 식판을 반납하는 순간에는 뿌듯함과 함께 묘한 해방감이 차오른다. 잔반통에 남겨진 것이 전혀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어쩐지 세상에 작은 보탬이 된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평소 무심코 흘려보내던 음식물쓰레기의 무게가 사실은 꽤나 컸음을 새삼 느꼈달까요. 하지만 이렇게 한 끼를 온전히 다 비우고 나니 내내 부대끼던 속도 편해지고 마음까지 홀가분해진다. “오늘도 남김없이 잘 먹었습니다”라는 말 한마디가 이렇게 따뜻하고 낭만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니, 참 놀랍지요.
아직 거리가 한산한 오전 10시, 가슴이 설레는 마음으로 용산도서관에 도착했다. 공기마저 맑고 상쾌한 이른 시각에 책을 펼치니 한 글자 한 글자 눈에 술술 들어와 금세 시간 가는 줄을 잊었다. 배가 출출해지기 전, 마음속에 지식과 여유를 가득 채우고 나서야 비로소 12시가 넘어 식당으로 내려갔다.
책을 읽고 나니 허기가 더욱 달게 느껴졌고, 든든히 채운 뒤 다시 집중하기에는 조금 피곤하기도 했지만 미리 맑은 정신으로 독서를 마쳐서인지 머릿속엔 새로 습득한 정보들이 곱게 자리 잡았다.
함께 간 친구는 떠나기 전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데도 이곳에서 빌린 책을 꼭 읽겠다는 의지로 제 회원증을 빌려갈 만큼 독서에 열정적이었다. 그렇게 가방 한쪽을 책으로 가득 채운 채 나서는 모습이 어쩐지 흐뭇하면서도 따뜻하게 다가오더라. 경쾌한 발걸음으로 도서관을 나설 때, 방금 전까지 머물렀던 서가 사이의 고요한 공기와 책의 향기가 아직 마음 한편에 남아있어 오래도록 달콤한 여운으로 남을 것만 같았다.
시카고에서 온 친구가 이제 고작 2주 남짓 한국에 머무를 기간이 남았을 뿐인데도 용산도서관 한편에서 눈을 반짝이며 책을 골라 담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시간이 얼마 없지만, 더 많은 이야기를 읽고 싶어.”라고 말하는 그의 학구열은 마치 눈이 시릴 정도로 투명한 겨울 하늘처럼 순수하고 빛나 보였다.
저 역시 그 열정에 이끌려 흔쾌히 제 회원증을 빌려줬는데 기계가 내뱉는 딸깍 소리에 맞춰 책 3권이 제 이름으로 대여되는 순간, 왠지 모를 뿌듯함과 설렘이 가슴속에 차올랐다. 도서관을 나서면서도 세 권의 책을 가슴에 꼭 안고 있는 친구를 보니 이 한 장면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 같았다.
도서대여로 시작된 작은 에피소드지만, 그 속에는 짧은 한국 생활을 더욱 알차게 만들고 싶어 하는 친구의 문화생활에 대한 열정이 담겨 있었으니까요. 어쩌면 이 겨울이 지나고 먼 훗날 “한국에서 책 빌리던 그때가 가장 좋았어”라고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도심 속에서 맞이한 이런 따뜻하고 낭만적인 순간이 우리의 주말나들이를 한층 풍성하고 특별하게 물들여 주었답니다.
문헌정보실을 나서는 순간, 길게 이어진 복도 한편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들이 펼쳐졌다. 용산고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그린 독후감 일러스트와 함께, 각자만의 색채와 감성을 담은 글이 어우러져 마치 작은 전시회를 방불케 했다. “이렇게 다양한 해석과 독창성이 있을 수 있구나” 하고 감탄하며 작품 하나하나에 빠져들었다.
어린 시절 책을 읽고 느낀 점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발상 자체가 얼마나 신선하고 기발한지 그 작은 면적 속에서 드러나는 학생들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이 무척 부러웠다. 짧은 글과 함께 걸린 그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금방이라도 색색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것만 같은 설렘이 가슴속을 간지럽혔다.
▲용산도서관 가는길
집으로 돌아오는 길, 뿌듯함에 뒤섞인 설렘이 발끝에서부터 전해졌다. 용산도서관에서의 집중된 독서로 마음의 양식을 든든히 채우고, 구내식당에서 즐긴 소박하지만 정겨운 식사로 배를 채우고 나니 어느새 발걸음이 만 보에 가까워질 만큼 유산소운동까지 겸해낸 셈이었다. 단 하루였지만 이렇게 일타삼피로 가득 찬 주말활동이 주는 충만함이 그 어떤 호사 못지않아 참 고마웠다.
이토록 일타삼피의 하루를 보내고 나니 몸과 마음이 동시에 힐링되는 소확행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곧 한국을 떠날 친구와의 추억이 더없이 짙어지는 이 시기에 오늘 하루의 맑은 공기와 책 속의 무한한 세계, 그리고 오가며 나눈 웃음이 오랫동안 마음 한편에서 반짝이기를. 내일은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다시금 가벼운 발걸음으로 일상에 작은 낭만을 더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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