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정동진 해안단구 탐방로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의 '정동'은
임금이 거처하는 한양(경복궁)에서
정방향으로 동쪽에 있다는 뜻에서 유래했으며,
'심곡'은 깊은 골짜기 안에 있는
마을이란 뜻에서 유래되었다.
정동진의 '부채끝' 지형과
탐방로가 위치한 지형의 모양이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 놓은 모양과 같아서
"정동심곡바다부채길"로 지명이 선정되었다.
천연기념물 제437호로 지정된 곳이며,
동해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2300만년 전
지각변동을 관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이다.
정동진 썬크루즈 주차장 ~ 심곡항 사이
약 2,86km 탐방로가 조성되어 동해바다의
푸른 물결과 웅장한 기암괴석에서 오는
비경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으며
그 동안 해안경비를 위해 군 경계근무 정찰로로만
이용되어 온 곳으로 천혜의 비경을 선사한다.
지난 일욜 지인들과 함께 걸었다
소개해본다.
강원도 강릉 앞바다,
태초 인류의 등장 이전부터
꿈틀대던 대륙과 펄떡대는
동해의 파도가 빚어낸
해안단구의 절벽 아래
새로운 길이 열렸다.
그동안 사람은 물론,
산짐승조차 발길을
들여놓지 못한 그곳,
바다부채길이다.
청명한 생명의 바람이 불어온다
길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같다.
최초의 인간이 나무 위에서
땅으로 내려와 두발을 딛고
일어나 걷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길을 만드는 존재,
길 위의 존재가 되었다.
길 위에서 인간은 문화를
만들어 예술을 창조하고
역사를 써내려간다.
단구는
계단식 지형을 말하는데
바다에 있으면 해안단구,
강가에 있으면 하안단구라 한다.
절벽 위로는 파도의 영향을 받아
평탄하게 다쳐진 대지가
넓게 펼쳐져 있고,
빙하기와 간빙기의 침식,
퇴적작용, 육지의 융기작용 등
살아있는 지구의 용틀임 속에
바다에 잠겨 있던 그 대지들이
차례로 육지로 솟구쳐 올랐다.
절벽아래로 완전히 내려가면
몽돌해변이 만들어내는
파도 소리가 정겹다.
동글동글 크고 작은 돌멩이들은
바닷물을 잠시 머금었다가
금새 다시 내보낸다.
그 사이 자신의 몸뚱이가
조금씩 깍여 나가는 줄도 모르고
' 쏴아, 쏴아' 하며 해변에
퍼뜨리는 소리는 마치 여행자를
반기는 환영인사 같다.
몽돌해변
부채길 북쪽에는 파도의 침식작용에 의해
매끄럽게 다듬어진 몽돌로 이루어진
해변을 볼 수 있다.
해안선이 아름답고 시야가 좋으며
맑기로 유명한 동해바다와
몽돌이 만나 천혜자연을 선사한다.
해안가의 몽돌 위를 넘나드는 파도소리는
너무나 신비롭고 물결이 빠져나가고
빛을 받아 반짝이는 몽돌의 모습은
보석마냥 아름답다
해변이 끝나면 이내 길이
끊기는 것이 상징이건만
바다부채같은 길이 아닌 곳에서
다시 길이 시작된다.
몽돌해변의 끝부터는
철재와 목재로 제작된 데크가
바다부채길의 속살로
여행자를 안내한다.
이 길은 해안경비를 위해
군인들과 함께 나누는 길이기도 하다.
분단국가의 현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바다부채길이라는 이름은
부채끝이라는 옛 지명을
보고 만들었단다.
하늘에서 바라보면
이곳의 지형이 동해를 향해
펼쳐놓은 부채와 같은 모습인데,
데크 위를 살금살금 걷노라니
빳빳한 부채살 끝을 따라 걷듯이
발걸음에 탄력이 생긴다.
수십미터 절벽 아래,
파도치는 바다 위를
이렇게 편안히 걷자니
바다 신선이 따로 있나 싶다.
발아래까지 솟구쳐 오르는
파도를 느끼며 말없이 걷다 보니
바다와 육지 사이, 그 경계에서 불어오는
이 길만의 거칠고 비릿한
바닷바람이 온전히 느껴진다.
끝없이 펼쳐진
동해의 수평선에는
새파란 하늘이 맞닿아있고,
하늘에 닿을 듯 깍아지른 절벽에는
간간히 날짐승들의 퍼덕임만
느껴질 뿐이다.
그 사이 파도가
만들어낸 조각품.
기암괴석들이 이 길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깔끔하게 정돈된 데크 위를
호사롭게 걷다보니
동쪽으로 머리를 향하고 있는
커다란 바위 두 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리저리 둘러보니
영락없이 귀여운 거북의 모습이다.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난 것마냥
금방이라도 바다를 향해
헤엄쳐 나아갈 것같다.
부채바위
심곡의 서낭당에는
여서낭 세분이 모셔져 있다.
옛날 어떤 사람이 밤에 꿈을 꾸었는데,
바닷가에 나가 보라고 해서
나가 보았더니 여서낭 세분이
그려진 그림이 떠내려 오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서낭당을 짓고
거기에 모시게 되었는데,
아직까지도 그림의 색깔이
변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서낭신이
몹시 영험이 있다고 믿어 왔으며,
마을에서 중대한 일이 있으면
꼭 가서 고한다고 한다.
심곡전망타워
심곡항 출입구쪽에는
심곡전망타워가 있다.
이 곳에 오르면
동해바다의 빼어난 경관에
감탄한 탐방객들의
탄성이 가득하다.
오른쪽으로 심곡항과
헌화로가 보이고 왼쪽엔
정동심곡바다부채길 탐방로와
웅장한 기암괴석을, 앞쪽엔
시원하고 탁 트인 동해바다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또한 암벽 비탈길에 아슬아슬 서있는
소나무를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볼거리이다.
부채바위 전망대
부채바위 앞쪽에는
부채바위 전망대가 있으며
이곳에 오르면 정동심곡부채길의
좌, 우를 모두 볼 수 있다
시원하고 탁 트인 동해바다는
태양을 품어 반짝이고
웅장한 기암괴석은
천혜자원의 비경을 선사하며,
동해바다로 둘러싸인
부채바위 전망대는
푸른바다가 손에
다을 듯하다.
그리고 얼마 안가서 왼편에서
마주치게 된 투구 바위.
이 근방에서 사람들을 위협하던
호랑이를 물리쳤다는
강감찬 장군의 전설이
전해진다.
전쟁터에서 투구를 쓴 장군의 모습이
바위 위에 고스란히 비춰지는데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있는
그 이의 모습을 지켜보자니
괜스레 든든한 마음마저
생긴다.
투구바위
바다를 바라보고 투구를 쓰고 있는
바위의 형상에 비장함이 느껴진다
이 지역 주민들은 이 바위의 생김새가
투구를 쓴 장수의 모습을 가지고 있어
투구바위라고 부른다.
또한 이 지역에 내려오는 설화 중
고려시대 명장인 강감찬 장군과 관련된
'육발호랑이의 내기두기'라는 설화가 있는데
여기서 육발호랑이는 발가락이 여섯개인
무서운 호랑이를 뜻한다고 한다.
따뜻한 햇살을 뒤고 하고
솔향가득 숲길은 소나무의 도시,
강릉답게 여행자의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한다.
빼곡한 나무사이를 가르며
계단을 내려가다보니
그동안 사람발길 닿지않은
해안단구의 측면을
두발로 내딛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수백만년 지구의 신비를
간직한 바다부채길이다.
길은 멈추지 않고 발길을
인도해 어느새 중반에 다다랐는데
거친파도를 마주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풀잎들의 움직임이 간지럽다.
해당화, 사철쑥, 해국, 갯메꽃과 같은
해안식물이 반질반질한 이파리를
반짝거리면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렇게 거칠고 투박한 절벽에 돋아난
초록의 생명이 태곳적 신비와 만나
진한 향기를 더해주는 듯싶다.
쪽빛바다를 마주하고
기암괴석들을 세어보며
청량한 바람 속을 걷다 보니
어느새 길은 바닷가 마을
심곡리에 이른다.
이름처럼 깊은
골짜기에 있는 마을인데
예전에는 육지 길이 없어서
한국 전쟁때에도 마을 사람들은
난리가 난줄 몰랐다고 한다.
이곳에 길이 놓이면서
과거 임금에게 진상했을 정도로
맛좋은 미역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길은 곧 문화
아름다운 역사가 기록되기를
살아있는 지구의 신비가
켜켜이 쌓여 있는 이곳에
사람들은 길을 놓았다.
길은 곧 문화다.
동해의 해신만이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었던
거친 생명의 현장에서
이제 사람들이 문화를 만들고
역사를 써내려가려한다.
바다부채길은
그 청명한 바람의 기운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 깃드는
아름다운 길로 아로새겨지기를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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