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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나의 맛집

[서울/용산 맛집]이여 곰탕 용산점: 경의선 숲길 따라 돌아온 길, 이여 곰탕 두 그릇으로 완성한 낭만 식탁

by 홍나와 떼굴이 2024.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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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겨울 풍경 속 한 장면처럼, 회색빛 하늘에서 부슬부슬 내리는 눈과 비를 머금은 지난 토요일의 아침이 시작되었다. 홍여사의 정성 가득한 아침을 집밥으로  든든히 배를 채운 뒤, 시카고에서 온 친구와 함께 경의선 숲길을 따라 홍대 근처 연남센트럴파크까지 천천히 걸어보았다. 도심 한가운데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이 길은 의외로 고즈넉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어 우리의 발걸음을 한없이 가볍게 해 주었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이어진 만 삼천여 보의 산책을 마치니, 몸도 마음도 허기져 ‘이제 어디서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 날씨도 차고 을씨년스러운 날 따뜻한 국물이 제격이라는 듯, 우연히 마주한 곰탕집 간판이 눈에 띄었다. 별다른 고민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선 그곳에서 마주한 따뜻한 한 그릇의 곰탕—오늘 이 이야기는 바로 이 작은 순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깊은 국물 맛이 나는 대표메뉴 '곰탕'
▲친구와 내가 똑같은 메뉴로 초이스!!

▶주소: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136

▶지번: 한강로 2가 109-2

▶영업시간: 월요일 07:00 오픈

일요일 22:00 마감

▶문의: 02-792-2508

▲메뉴&가격표!!
▲홀풍경

 

▲탁자위에 놓인 '메뉴판'과 '주문서'

 

 

1. 잠시 머뭇거리며 메뉴판을 훑어보았지만, 결국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깊은 국물맛이 특징이라는 곰탕이었다. 화려한 선택지를 뒤로 한 채  친구와 저는 망설임 없이 이 기본 메뉴를 주문했다. 

 

시카고에서 온 친구도 새로운 맛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담아  “우리 곰탕 두 그릇 주세요.” 하고 천천히 주문을 마쳤을 때 온종일 걸어 다닌 피로와 을씨년스러운 날씨 탓에 더욱 간절했던 고소하고 깊은 국물 맛—곧 다가올 곰탕 한 그릇은 도시의 소음과 추위마저 스르르 잊게 만들어 줄 것만 같았다.

▲항아리 안에 넉넉히 준비된 김치를 마음껏 꺼내먹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이곳만의 정겨운 매력이다. 이런 사소한 배려가 곰탕의 따뜻함과 더해져, 한 끼 식사를 더욱 빛나는 순간으로 만들어준다.

 

 

 

2. 항아리에 담긴 겉절이김치는 마치 정갈하게 빚은 도자기 속에서 은은한 빛을 머금은 꽃 한 송이처럼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입 집어 올리면 배추의 단단한 식감 위로 새콤하고 매콤한 양념이 춤추듯 살짝 스며들어 깊은 맛을 뽐내는 곰탕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특히 곰탕 한 숟갈을 떠먹은 뒤, 아삭한 겉절이를 곁들이면 입안 가득 새로움을 불러일으켜 마치 두 가지 맛이 조화롭게 그려낸 작은 교향곡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제소스와 소금, 후추병

 

 

 

3. 고기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곁에서 포근히 기다리고 있는 특제소스와 작은 병에 담긴 소금, 후추다. 곰탕 안의 부드러운 쇠고기를 소스에 살짝 찍어 먹거나, 국물 위에 솔솔 뿌려진 소금과 후추의 조화는 곰탕 맛을 한층 더 깊고 풍부하게 가꿔준다.

 

소금 한 줌이 곰탕 국물을 더 또렷하게 해 주고, 후추 한 꼬집이 은은한 알싸함으로 입안을 달콤하게 흔든다. 여기에 특제소스는 고기 본연의 풍미를 고스란히 살려 준다. 이렇게 작은 디테일에서 우러나오는 정성과 맛이야말로 ‘이여곰탕’이 곰탕이라는 메뉴로 전해주는 낭만이다.

▲무엇보다 한 그릇 안에 담긴 영양이 세월의 내공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어, 한입 한입 먹을 때마다 몸이 건강해지는 듯한 기분이 드는 '곰탕'.

 

 

4. 깊고 진한 국물 안에 부드러운 고기가 수북이 담긴 이여곰탕의 대표 메뉴, 바로 곰탕이 눈앞에 놓이는 순간,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맑고도 깊은 색을 머금은 육수는 한눈에 봐도 정성과 시간의 흔적을 그대로 머금은 듯 보인다.

 

살짝 뜨거운 국물을 입 안에 머금으면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곰탕 특유의 매력이 온몸으로 퍼지면서 푸근함을 전해준다. 푸짐하게 올려진 파 송송은 깔끔한 식감과 함께 눈길을 사로잡고, 풍성한 단백질을 머금은 쇠고기는 부드럽게 씹히며 배를 든든히 채워주었다.

▲곰탕 두 그릇: 한 그릇 다 비우고 나면 어느새 마음까지 포근해지는 곰탕—잊지 못할 순간을 선물받은 셈이다.

 

 

5. 오래전 시카고로 이민을 떠나 이제는 거의 미국인이 다 된 친구와, 한국의 정취가 가득 담긴 곰탕 한 그릇을 나란히 앞에 두고 마주 앉았을 때, 마치 세월을 거슬러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따스함이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한눈에 봐도 맑고 깊은 국물 위에 초록빛 파가 송송 올라앉아 싱그러운 비주얼을 자랑하고, 부드러운 쇠고기가 은은하게 깔려 있어 한입 베어 물 때마다 정성이 담긴 영양이 차곡차곡 몸속을 채워주는 기분이었다.

 

특히, 낯선 도시에서 오래 지낸 친구가 “이런 국물이야말로 정말 그리웠다”며 연신 감탄을 내뱉는 걸 보고 있자니, 이곳이야말로 진짜 용산 곰탕맛집이구나 싶었다. 똑같은 메뉴를 주문해도 저마다의 추억을 떠올리며 마시는 국물은 더없이 깊고 진한 맛을 선사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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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경의선 숲길을 따라 홍대입구 연남센트럴파크까지 함께 걸었던 하루가 어느새 한 그릇의 곰탕으로 따뜻하게 마무리되었다. 오랜만에 한국 땅을 밟은 시카고 친구와의 동행이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던 시간들—낯선 풍경과 익숙한 정취가 어우러져 하루를 꽉 채웠다. 차갑게 굳어 있던 몸과 마음이 곰탕 국물 한 모금에 사르르 녹아내리니 먼 타국에서 지냈던 지난 세월조차 잠시 추억처럼 부드럽게 떠올랐답니다.

 

뿌연 겨울 하늘과 거친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낸 뒤에 찾아온 이 따뜻함이 오히려 더욱 깊은 감동을 선사해 주는 듯합니다. 이렇게 친구와 함께 나눈 서울 맛집 탐방은 다시금 ‘한국의 맛’을 새롭게 발견하게 만드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지요. 언젠가 또다시 먼 길을 돌아 이곳에 오게 될지라도, 오늘 곰탕에 녹아든 낭만과 서정은 두 사람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따뜻하게 빛날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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