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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나&떼굴이의 걷기운동

경주 첨성대의 아침 2020. 10월 15일

by 홍나와 떼굴이 2020.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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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아침이면,

어둠은 온갖 물상을 돌려 주지만

스스로는 땅 위에 굴복한다.

무거운 어깨를 털고

물상들은 몸을 움직이어

노동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즐거운 지상의 잔치에

금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

아침이면

세상은 개벽을 한다.

 

나 역시 오늘도

무거운 어깨를 털고

지상의 잔치에

동참했던 아침이다.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아침의 즐거운 울림은

이해인 시인의 가을편지로 대신한다.

가을 편지 /이해인

1
그 푸른 하늘에
당신을 향해 쓰고 싶은 말들이
오늘은 단풍잎으로 타버립니다

밤새 산을 넘은 바람이
손짓을 하면
나도 잘 익은 과일로
떨어지고 싶습니다
당신 손 안에

 

 

2.
호수에 하늘이 뜨면
흐르는 더운 피로
유서처럼 간절한 시를 씁니다

당신의 크신 손이
우주에 불을 놓아
타는 단풍잎

흰 무명옷의 슬픔들을
다림질하는 가을

은총의 베틀 앞에
긴 밤을 밝히며
결 고운 사랑을 짜겠습니다


3.
세월이 흐를수록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옛적부터 타던 사랑
오늘은 빨갛게 익어
터질 듯한 감홍시

참 고마운 아픔이여


4.
이름 없이 떠난 이들의
이름 없는 꿈들이
들국화로 피어난 가을 무덤 가

흙의 향기에 취해
가만히 눈을 감는 가을

이름 없이 행복한 당신의 내가
가난하게 떨어져 누울 날은
언제입니까



5.
감사합니다, 당신이여
호수에 가득 하늘이 차듯
가을엔 새파란 바람이고 싶음을,
무량한 말씀들을
휘파람 부는 바람이고 싶음을
감사합니다



6.
당신 한 분 뵈옵기 위해
수없는 이별을 고하며 걸어온 길
가을은 언제나
이별을 가르치는 친구입니다

이별의 창을 또 하나 열면
가까운 당신



7.
가을에 혼자서 바치는
낙엽빛 기도

삶의 전부를 은총이게 하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의 매일을
기쁨의 은방울로 쩔렁이는 당신
당신을 꼭 만나고 싶습니다


8.
가을엔 들꽃이고 싶습니다
말로는 다 못할 사랑에
몸을 떠는 꽃

빈 마음 가득히 하늘을 채워
이웃과 나누면 기도가 되는

숨어서도 웃음 잃지 않는
파란 들꽃이고 싶습니다



9.
유리처럼 잘 닦인 마음밖엔
가진 게 없습니다

이 가을엔 내가
당신을 위해 부서진
진주빛 눈물

당신의 이름 하나 가슴에 꽂고
전부를 드리겠다 약속했습니다

가까이 다가설수록
손잡기 어려운 이여
나는 이제 당신 앞에
무엇을 해야 합니까


10.
이끼 낀 바위처럼
정답고 든든한 나의 사랑이여

당신 이름이 묻어 오는 가을 기슭엔
수만 개의 흰 국화가 떨고 있습니다
화려한 슬픔의 꽃술을 달고
하나의 꽃으로 내가 흔들립니다

당신을 위하여
소리없이 소리없이
피었다 지고 싶은



11.
누구나 한번은
수의를 준비하는 가을입니다

살아 온 날을 고마워하며
떠날 채비에
눈을 씻는 계절

모두에게 용서를 빌고
약속의 땅으로 뛰어가고 싶습니다


12.
낙엽 타는 밤마다
죽음이 향기로운 가을

당신을 위하여
연기로 피는 남은 생애
살펴 주십시오

죽은 이들이 나에게
정다운 말을 건네는
가을엔 당신께 편지를 쓰겠습니다

살아남은 자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아직은 마지막이 아닌
편지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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