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봄도 아쉽고
지는 꽃도 아쉽다면
도심에서 할 수 있는
색다른 꽃구경이 있다.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혹독한 시기를 보내며
어렵게 피워낸 모란꽃들이다.
나에겐 12년째 이맘때만 되면
'꽃중의 왕' 모란꽃을 보기위해
찾아가는 2곳의 비밀 아지트가 있다.
붉은빛과 분홍빛 모란이 피는 곳.
올해도 어김없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곳을 찾아가니 만개한 모란이들이
어서오라 반겨주더라 ㅋㅋㅋ
모란
잎 표면은 털이 없고 뒷면은
잔털이 있으며 흰빛이 돈다.
4~5월에 피는 꽃은 적색으로
지름 15cm이상이며
'목단'이라고도 한다.
모란꽃은 어쩌다
'꽃중의 왕'이 됐을까?
기다리고 기다리던
모란꽃이 드디어 피었다.
화왕(花王), '꽃 중의 왕'이라 그런지
아니면 새색시의 수줍음 때문인지
시나브로 피어난다.
봄이면 산과 들에
온갖 꽃이 피어난다.
매화, 복사꽃, 개나리, 진달래,
수선화, 모과꽃, 산수유, 철쭉꽃, 목련꽃..
그 하고 많은 꽃 중에 모란은
어찌 '왕'의 자리에
등극하였을까요?
그것도 삼국시대에
이미 '화왕'으로 뽑혔으니
천년도 훨씬 넘게
장기집권이다.
이만하면 퇴임할 때도 되었으니
화상(花相: 꽃의 재상)인 '작약'에게
옥좌를 내줘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긴 모란꽃은
'자리에 절대 연연하지 않는다'며
매년 작약 꽃에게 바통을
넘기곤 한다.
하지만 여태 자신을
대체할 적당한 후계자가 없다며
완전히 물러나진 않는다.
신라의 뛰어난 문장가로 알려진 설총은
'화왕계'(花王戒)란 글을 남겼다.
신문왕이 심심해할 때
들려준 우화다.
이 이야기에서 모란은
왕으로 등장한다.
이야기인즉슨
.......
모란 왕은 자신을 알현하고자
몰려드는 여러 꽃 중에서
장미의 아름다움과 향기에
홀딱 반해 왕비 삼아
가까이 두려 한다.
이즈음 또 다른 꽃이 찾아왔는데
'백두옹(白頭翁)'이란 이름의
'할미꽃'이다.
<출처: 오마이 뉴스>
백두옹은 서울 밖에서
사는 지조 높은 충신을,
장미는 달콤한 아첨을
일삼는 간신을 상징한다.
모란 왕은 두 꽃 사이에서
누굴 택할지를 몰라 망설이고
실망한 백두옹은
"현명한 왕인 줄 알고 찾아왔더니
내가 잘못 봤다"며 떠나려 한다.
그제야 모란 왕은
자신이 잘못했다며 할미꽃을
붙잡았다.
사실 모란은 향기로 치면
그리 자랑할 게 못 되는 수준이다.
가까이 코를 대야 겨우 향기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약하디 약하게 풍긴다.
은은하긴 하지만
잊지 못할 만큼
인상 깊은 향기는
아니다.
모란이 '꽂의 왕'의
자리를 차지한 비결은 아마도
꽃 자체의 풍성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모란꽃은 꽃잎이
큰 편일 뿐더러 여러 겹으로
층층이 쌓여 있다.
꽃을 둘러싼
이파리들도 무성하다.
모란꽃 색깔은 세 종류,
곧 붉은색, 흰색, 분홍색의
꽃이 있다.
품종 개량으로
형형색색의 꽃이 피는
장미에 비하면
단순한 편이다.
하지만 꽃도 크고
여러 겹으로 피는 데다
천천히 피어나
겨우 일주일 정도 만에
지고 말기 때문에
그 아쉬움이 커 사람들의
사람을 받는 거 같다.
김영란 시인은
"온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라
노래하였다.
그에게 모란꽃은
한 해의 절정이었나 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란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품의 봄을.
천천히 펴서
7주일만에 모두
저버리는 '꽂중의 왕'
모란꽃을 보려면
한해를 또 견뎌야 하다니...
아... 어찌 이봄을
이 여름을 견디며
살아야 할까
마냥 섭섭해 운다.
꽃향기와 나비에 관한
아주 유명한 일화 하나
선덕여왕의 이야기다
여왕이 공주였을 때 당나라 태종이
모란 그림과 함께 모란 씨앗을 보내왔는데,
덕만공주(후일 선덕여왕)가 보더니
"모란꽃에 나비가 없으니
필시 꽃에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그 씨앗을 심어 꽃이 필 때를
기다려 살펴보니 과연 향기가
없었다.
당나라에서 이런 그림을 보낸 까닭은
왕위 계승자로 꼽히는 자신에 대한
조롱이었다고 공주는 판단했다.
그녀에겐 배우자가 없었으니까.
공주의 예언이 맞아 떨어지자
많은 이들이 그녀의 총명함을
칭송하였다는 일화!!
어쩜 이리도 기품이
있는걸까?
아~~~
정말 보내기 싫다
너를 어찌 기다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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